(서울=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298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표결에서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가결 처리됐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지 꼭 한 달 만에 국회의 임명동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사법부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종료된 직후인 오는 25일 0시부터 6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대법원장은 행정부, 입법부와 함께 국가권력의 한 축을 이루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대법관 제청 권한과 함께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지명 권한을 갖고 있다. 또 13명의 대법관과 함께 최종심이자 상고심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끈다. 게다가 사법행정권과 3천여 명에 달하는 법관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대법원장은 국민의 직접 선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런 막중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헌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게 된 김 후보자에게는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대법원을 통해 "많은 성원과 도움 덕분에 무사히 절차를 마치게 됐다. 중책을 맡게 돼 다시 한 번 무거움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사법부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 사법부 개혁이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김 후보자는 '5대 비리' 등 개인적인 흠결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데다 30여 년간 정통 법관으로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13기나 낮고 대법관을 거치지 않아 '파격 인사'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기수와 서열이 중시되는 사법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2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9위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은 강력하게 사법부 개혁을 원하고 있다. 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약속했지만,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는 전관예우 근절책과 대법원 상고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상고 허가제 도입 방안은 우선하여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로 꼽을 만하다. 또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한이 집중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고등법원 이원화,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 등 법원 내부의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도 앞장서 주기 바란다.
동시에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도덕적, 업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코드 인사' 논란이 일고 사법부 독립을 이룰 적임자인지에 대한 비판론이 나온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은 점 등을 들어 지명 때부터 줄곧 반대하다 임명동의안 표결과정에서도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하게 지킴으로써 보수야당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모처럼 협치의 물꼬를 튼 여야 정치권도 앞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법부 수장의 공백 사태를 우려했던 청와대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을 환영하면서 즉각 문 대통령 귀국 후 여야 대표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임명동의에 반대한 보수야당이나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국민의당도 표결 결과에 승복하고 협치를 위한 여건조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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