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인터넷 상품과 달라…기기수급·마케팅 등 난제 직면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국내 인터넷 업계의 양대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나란히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내놓았지만, 무형의 인터넷 상품과는 확연히 다른 하드웨어의 제조·판매에 도전하면서 만만치 않은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22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최근 선보인 AI스피커 '카카오미니'는 합병 전인 2012년 다음이 스마트 TV 셋톱박스 '다음TV 플러스'를 내놓은 이후 회사 역사상 두 번째 하드웨어 제품이다.
카카오미니는 지난 18일 사전판매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소동 끝에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준비된 물량은 3천 대였지만, 사전판매 알림 신청자만 수만 명에 달했고 실제 구매 참여자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10월 말로 예정된 정식 판매를 앞두고 기기 수급이 카카오의 고민이다.
한정된 수량의 사전판매와 달리 정식 판매 단계에서는 수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외부 제조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기기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임지훈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미니를 수십만대 파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하드웨어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사전판매가 성황리에 진행된 데에는 음원 서비스 '멜론' 1년 무제한 사용권과 한정판 피겨 등 특전을 포함하고도 5만9천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한 덕이 크다는 것을 카카오도 인정하고 있다.
카카오미니의 핵심인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는 아직 사용자에게 선보인 적이 없다. 라이벌 네이버가 '클로바'를 스마트폰 앱으로 일찌감치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카카오미니 정식 구매자에게 사전판매 수준의 특전은 줄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판촉 혜택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네이버 역시 AI 스피커 '웨이브'를 내놓으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웨이브는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든 만든 하드웨어 제품이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진행한 2차 사전판매에서 4천대를 한정 판매해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앞서 1차 사전판매에서도 비슷한 대수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네이버는 아직 웨이브의 정식 판매 시기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마케팅 상황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지만, 기기 수급 문제를 놓고도 막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의 설계와 디자인 등은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진행했지만, 제조사는 애플 제품 생산으로 널리 알려진 대만의 콴타 컴퓨터다.
여기에 웨이브는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도 출시되기 때문에 양국 시장 상황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숙제다.
또 화제성 측면에서 카카오에 일단 우위를 내줬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웨이브의 정식 판매를 앞두고 '붐업'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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