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1년] '3·5·10만원' 규정 지속 가능할까

입력 2017-09-24 06:03  

[청탁금지법 1년] '3·5·10만원' 규정 지속 가능할까

"소비위축…설 전에 꼭 바꿔야" vs "다수 국민 개정 원하는지 의문"

권익위 "경제 영향 연구결과부터 나와야"…신중 모드 유지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 1주년이 된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면담 때 촌지나 케이크 등 선물이 사라지고, 식당에서는 각자내기(더치페이)가 흔해지는 등 청탁금지법의 효과가 뚜렸해졌지만,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 3·5·10'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서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을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까지 허용한다.

현행 시행령이 허용하는 기준은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이를 '3·5·10만원 규정'으로 부른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까지는 금품을 받아도 된다.

무엇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제한하는 법이므로, 친지·이웃·친구·연인 등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법이 추석에 친지와 이웃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특정 직종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 반부패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 손상을 준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의 틀을 닦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역시 지난달 발간한 저서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에서 "한우나 굴비도 1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직무와 관련 없이 받는 것은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 이전에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3·3·5만원'이었다"며 "지금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이 부풀려지는 것은 이전에 행동강령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인 경우에 한정해서 적용되지만, 민간기업이나 일반 시민 가릴 것 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3·5·10' 규정을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외식업체·화훼농가·농어민 등이 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감소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추석 전까지 개정해달라"고 요구하다가 안 되자 "내년 설 전에는 꼭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온 개정안은 3·5·10만원 규정을 '10·10·5'로 조정하자는 개정안(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발의)과 농수축산물과 전통주를 청탁금지법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자는 개정안(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발의)이 있다.

강효상 의원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2016년 국산 농축산물 선물 판매액은 전년대비 26% 감소했고, 과일과 수산물도 각각 31%, 20% 감소했다. 외식산업연구원이 작년 12월 전국 709개 외식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1%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며 "내수경제 위축이 묵과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그는 음식물과 선물 가액은 각각 1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경조사비는 과거 공무원행동강령이 정한 대로 5만원으로 돌려놓자는 입장이다.

박준영 의원은 "청탁금지법이 규정한 '금품 등'의 정의에서 농수축산물 및 전통주를 제외해 농어민과 영세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정부에서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3·5·10' 규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석맞이 직거래장터 개장식에서 "두 장관이 거의 독립 투쟁하다시피 뛰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해 "(수정) 검토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최근 직거래장터에서는 "연말 안으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해서 필요하고도 가능한 대안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신중모드'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권익위의 공식 입장은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권익위가 고민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개정을 원하는가'이다.

또,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청탁금지법에 손을 대려면 국민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개정요구가 우후죽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권익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업무보고 때 "청탁금지법을 시행한 지 1년이 됐다.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을 다 포함하고 특히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해서 대국민 보고를 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11월 말께 대국민보고를 계획하고 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있어야 대국민보고도 하고, 개정 필요성도 판단할 수 있다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연구종료 시점을 12월11일에서 11월 말로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으나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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