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오늘도 일하고 싶다…40대 전후 선택폭 줄어 고민

입력 2017-09-22 10:00   수정 2017-09-22 15:15

여배우는 오늘도 일하고 싶다…40대 전후 선택폭 줄어 고민

화려한 20대 보낸 여배우들, 연기력 물올랐지만 마땅한 역할 적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40대 전후 스타급 베테랑 여배우들이 '작품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계는 물론이고, 드라마계에서도 '20대 여배우 기근'만 호소한다. 30대 후반~40대 여배우를 내세운 작품은 가물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동년배 남자 배우들은 여전히 주인공으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40대가 과거의 40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젊고', 채널과 플랫폼이 다양화해진 상황을 생각하면 아까운 인재들이 쉬고 있는 셈이다.





◇ "40대 스타 여배우가 선택할 작품 너무 적어"

배우 문소리(43)가 내놓은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가 화제다. 40대 여배우이자, 워킹맘인 주인공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문소리와 함께 이 영화의 '관객과 만남' 자리에 나선 전도연(44)은 "여배우에 대해 솔직하게 찍은 데 대해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오아시스'로 200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았고, 전도연은 '밀양'으로 2007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내로라하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물론 두 배우는 여전히 작품활동을 한다.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계나 드라마계나 기획되는 작품의 대다수가 남자 배우 위주의 작품이거나, 20대 여배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또 작품 제안이 들어오는 것과 그 작품에 투자가 이뤄져 제작이 진행되고, 개봉과 편성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 기획사 대표는 22일 "투자 배급사에서 여배우보다 남자 배우 위주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타급 여배우들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작품 제안이 꾸준히 들어오긴 하지만 그게 실제로 제작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국과 비교해 작품의 규모나 다양성에서 월등한 할리우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드류 배리모어(42), 샬리즈 시어런(42), 리스 위더스푼(41) 등 세계적인 여성 스타들이 잇따라 제작자로 나서는 것은 이들이 원하는 역할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작품과 역할의 선택지가 좁아지자 이들은 아예 제작자로 나서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내 버렸다.




고현정(46), 김혜수(47), 최지우(42), 김현주(40), 임수정(38), 김정은(42), 이영애(46), 김남주(46), 최강희(40), 염정아(45), 송윤아(44), 장서희(45) 등도 마찬가지다.

김선아(44)와 김희선(40)의 재발견을 이룬 '품위 있는 그녀'와 같은 작품이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임당'이나 '굿와이프'처럼 40대 여배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만나는 것 역시 확률이 높지 않다.

한 스타급 여배우의 매니저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데 막상 할만한 작품이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 "발상의 전환 필요"

최강희는 이러한 상황에 좌절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올 상반기 드라마 '추리의 여왕'의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회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추리의 여왕' 종영 인터뷰에서 "물처럼 똑같은 역할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확 줄어든 것이 보였다"며 "그 순간에 만난 '추리의 여왕'이 제 인생에서 다시 씨를 심을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언제까지 연하의 남배우와 로코(로맨틱코미디)만 할 수는 없지 않겠냐. 그렇다고 바로 아줌마 역할을 할 수도 없는 시점에서 '추리의 여왕'이 중간고리가 돼 줬다"고 밝혔다.

'추리의 여왕'은 최강희의 적극적인 참여와 시청자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 2월 시즌2 방송이 결정됐다. 미혼인 그는 이 작품에서 '귀여운 주부'다.

한 제작사 대표는 "주인공만 하던 여배우들 입장에서는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만나기가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주인공이냐 조연이냐보다 본인이 보일 수 있는 역할이냐를 따지는 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고 조언했다.







송윤아가 '더 케이투'에서 주인공인 지창욱-임윤아보다 돋보였던 것이나, 김혜수가 '시그널'에서 조진웅-이제훈과 무게중심을 나눠 가진 것, 배두나가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의 조력자를 자처한 것 등이 그런 예다. 특히 배두나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주, 조연을 따지지 않고 작품 전체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주인공 '문소리'는 연기파 배우지만, 지금은 러브콜이 뚝 끊기고 대학생 아들을 둔 정육점 주인역 등만 들어오는 여배우다. 문소리는 이런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아 자신만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역시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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