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인명사전 출판, 공연 등 문화행사 잇따라
(알마티=연합뉴스) 윤종관 통신원 = 중앙아시아의 핵심국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카자흐 고려인들은 21일(현지시간) 알마티시의 공화국궁전에서 김로만 카자흐 고려인 협회장과 하원의원 및 현지 문화계 인사 등 약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주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고려인 동포들이 카자흐 대지에 80년 동안 뿌리를 내려 카자흐와 한국 간 경제, 문화 및 우호 증진을 위해 애썼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카자흐 4대 주스(혈통)가 고려인이라고 불릴 만큼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축하와 그리움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도 축사에서 고려인들이 경제, 문화, 기술 및 비즈니스에 한국과 카자흐의 교류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로만 카자흐 고려인협회장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고려인들의 카자흐 정착을 지원하고 협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알마티시 '우정회관'에서는 한인 인명부 출판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승민 알마티 총영사와 각계 한인단체 대표 및 각국의 문화센터 대표들이 참석했다.
고려인이 카자흐에 강제 이주하기 시작한 1937년 당시 스탈린 정권은 극동에 사는 한국인들을 일본의 잠재적 협력자로 보고 탄압했다.
스탈린은 같은 해 8월 21일 극동 국경에서 한국인을 카자흐와 우즈베키스탄으로 퇴거하기 위한 비밀 법령을 만들고 극동지역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중앙아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한인들은 무려 17만2천명에 달했다.
이들은 이동 중 사망한 노인들이나 어린이 시신을 잠시 머문 열차역 근처에 서둘러 묻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고려인들은 허허벌판인 우쉬토베 등지에 버려진 후 겨울을 나기 위해 토굴을 파는 등의 고통스런 현실과 마주했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이듬해부터 콜호스(집단농장)에서 기록적인 생산실적을 올리는 근면한 모습을 보여줬다. 1938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사회주의 노동영웅 2만2천 명의 명단에 오른 한국인 206명이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스탈린 정권의 당시 강제 이주는 1993년 4월 공식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됐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약 10만7천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keiflaz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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