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우버가치 저평가 이유로 "주식 안 팔겠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지분 인수가 암초를 만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찍이 우버에 출자했고 현재 13%의 지분을 보유한 벤처 캐피털 기업 벤치마크가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직원과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 방식으로 총 17~22%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지분 인수액은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어 비상장기업에 대한 단일 투자로는 초대형급에 속한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이 세운 초대형 IT펀드인 비전펀드, 미국 투자 회사인 드래거니어 인베스트먼트 그룹, 사모펀드인 제너럴 아틀랜틱을 끌어들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우버 경영진은 숙고 끝에 소프트뱅크 측에 우선 협상권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벤치마크 측의 반발은 소프트뱅크 측이 제시한 매수 가격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 매수 가격은 우버의 기업가치를 30% 이상 낮게 반영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버 투자자들의 말에 의하면 벤치마크는 6년 전 우버에 2천700만 달러를 출자했고 그 가치는 현재 장부상으로 84억 달러 정도다. 벤치마크가 일부 지분을 판다면 기업공개(IPO) 이후에 우버의 주가가 급락할 리스크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벤치마크 측은 그러나 지난 8월 우버의 기업가치를 840억 달러로 평가하면서 향후 2년 안으로 1천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8개월 안으로 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의 지분 인수로 기업가치가 희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주주들 사이에 우려의 시각이 있으며 일부 주주들은 사적으로 주식을 팔지 않으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런 우려를 달래기 위해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으로 우버에 최소 1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우버 측에 2명의 이사직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벤치마크 측이 협상 과정에서 독립적인 이사직을 늘리고 의결권을 포함해 모든 주주의 권리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치마크는 현재 1명의 이사를 지명했으나 지분에 비해 큰 의결권을 갖고 있다.
벤치마크 측의 부정적 입장은 우버의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라고 보는 다른 주주들의 심리를 냉각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지난 6월 축출된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도 10%의 지분을 일부라도 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벤치마크와 캘러닉이 지분을 팔지 않는다면 우버의 지분에서 4분의 1이 매물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이들 소식통은 다만 공동 창업자인 가렛 캠프와 라리언 그레이브스 등 2명의 이사는 최소한 일부 지분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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