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올해 각국 정상들이 모인 유엔총회에서 '불량국가'로 낙인 찍힌 북한이나 이란뿐 아니라 미얀마도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미얀마 정부군이 무차별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43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한 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사이에서 로힝야족을 겨냥한 미얀마 정부의 '인종청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각국 정상들이 미얀마 정부를 비판하고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자 유엔총회 연설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과 피해자들의 모습은 미국인과 상식적인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며 폭력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이슬람 각국 정상들이 회동해 미얀마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로힝야족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얀마군의 무차별 군사작전이 "인종청소"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가 시리아와 유사한 인도적 위기와 난민사태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 일반토의 개막연설에서 로힝야족 사태 해결을 올해 자신의 여러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WSJ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외무장관과 로힝야족 사태를 논의하고,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이번 사태를 중단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존슨 장관은 "미얀마가 지난 몇 년간 민주주의를 향한 고무적인 발전상을 보여온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라카인주의 상황, 끔찍한 인권침해와 폭력은 국가의 평판에 오점"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국제사회는 이 위기를 끝내고 라카인주와 미얀마 전역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해결책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안마 군부는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벵갈리'(방글라데시 불법이민자)로 부르며 박해해왔으며 테러리스트 소탕을 내세우며 로힝야족 마을을 불태우고, 무차별 총격과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등 만행을 저질러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의 접근마저 막힌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로힝야족 43만여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으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여전히 책임 회피에 급급한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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