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연휴'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운다…최장 휴일에 명암 엇갈려
대기업·여행 유통 업계 '함박웃음'…"열흘 쉬어도 임대료 그대로" 자영업자 '울상'
취약계층 복지 서비스도 일부 중단
(전국종합=연합뉴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과 함께 열흘간의 긴 연휴가 펼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을 발표하며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했는데 이 같은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매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여행업계는 꽉 찬 예약손님에 함박웃음이다.
근로자들도 오랜만에 찾아온 장기 유급휴일에 연휴 계획을 짜기 바쁘다.
반면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자영업자·영세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염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단비가 우산장수에는 웃음을 주지만 짚신 장수에게는 악재가 되듯 긴 연휴를 앞두고 울고 웃는 대한민국을 엿봤다.
◇ 여행·유통 업계 '웃음' vs 재래시장·자영업자 '울상'
10일 동안의 황금연휴로 여행업계는 이미 분주하다.
이번 연휴 기간 약 52만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국인 기준 지난해보다 26%나 늘어난 수치다.
날짜별 항공편 예약률은 평균 89∼94％로 만석 수준이다.
렌터카 60∼90%, 콘도미니엄 80％ 이상, 전세버스 65％ 이상, 골프장 41％ 이상, 관광호텔, 40％ 등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 대표 관광지인 설악권도 20여개 콘도미니엄·리조트·호텔 객실이 연휴 기간 모두 동났다.
연휴 기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최종 실적은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도 청탁금지법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이지만,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크게 늘었다.
최근 추석예약 판매율을 집계한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전년 대비 각각 224.2%, 180.3% 증가했다.
신세계 백화점(43.6%), 롯데백화점(36.8%), 현대백화점(31.2%) 등도 예약판매율이 늘었다.
이와는 달리 재래시장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한 상인은 "휴일이 길어지면서 지난 추석보다 30%가량 매출이 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휴가 걱정인 것은 음식점 등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긴 연휴에 도심을 떠난 사람이 늘어 한 달의 3분의 1가량은 장사하기 힘든 상황이라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임대 자영업자의 경우 장사를 못 해도 임대료는 그대로 내야 해 사실상 한 달 수익이 반 토막 날 처지에 놓였다.
광주에서 음식점을 하는 류모(35·여)씨는 "손님이 없을 것이 뻔하지만, 월세라도 벌기 위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이다"고 말했다.
◇ 대기업·중소기업도 격차 뚜렷
경기 광명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근로자들은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추석 연휴 열흘을 모두 유급휴일로 보낼 수 있다.
당직자는 특근수당을 받고 추석 보너스로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상여금과 귀향비 80만원, 35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받는다.
대기업 직원들은 이처럼 행복한 추석을 맞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긴 연휴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연휴를 즐기자니 납품기일 맞추기가 빠듯하고,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하자니 지급해야 할 추가수당이 부담이다.
경기 안산의 전자회로기판 제조업체는 추석 연휴 5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모두 출근해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한다.
납품처가 주로 해외에 몰려 있어 정해진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업체 대표는 "대출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사정이 빠듯하지만 납품기일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며 "남들에겐 행복한 연휴가 중소업체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처럼 느껴져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1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7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도 중소기업 46%는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열흘 전체를 쉬는 중소기업은 35.6%에 불과했고 평균 휴일도 7.6일에 그쳤다.
◇ "황금 휴가는 남의 이야기"…근로자·취약계층 근심
임시공휴일에도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의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임시공휴일에 '쉰다'는 응답은 76.2%(965명), '근무한다'는 23.8%(297명)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에 열흘 모두 쉰다'는 응답자는 61%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운수노동자의 75.4%, 의료노동자의 58.6%가 임시공휴일에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운수노동자는 휴무일수가 4.5일에 불과해 전체 노동자 평균 휴무일 8일보다 월등히 적었다.
반면 금융·공공·사무직은 93.9%가 임시공휴일에 쉬고, 평균 휴무일은 9.4일이다.
못 쉬는 것도 서러운데 명절을 앞두고 임금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도 약 21만9천명이나 된다. 전국 체불임금액은 8천910억원에 달한다.
복지 서비스에 의지해 살아가는 취약계층도 열흘 연휴가 길기만 하다.
전국의 상당수 복지관이 연휴 기간 대부분 휴무에 들어간다.
복지관 대부분이 무료급식소 형태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의 식사도 걱정해야 한다.
복지관 일부는 노인에게 제공할 간편식과 마른반찬 등 대체식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들을 돌보는 생활관리사·방문간호사들도 연휴 기간 쉰다.
부산의 한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긴 연휴 기간 급식 제공을 못 해 안타깝지만, 봉사원들도 집안 사정이 있어 급식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은경, 정빛나, 김범수, 장영은, 고성식, 차근호, 김재홍, 권준우, 이종건,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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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여행 유통 업계 '함박웃음'…"열흘 쉬어도 임대료 그대로" 자영업자 '울상'
취약계층 복지 서비스도 일부 중단
(전국종합=연합뉴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과 함께 열흘간의 긴 연휴가 펼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을 발표하며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했는데 이 같은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매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여행업계는 꽉 찬 예약손님에 함박웃음이다.
근로자들도 오랜만에 찾아온 장기 유급휴일에 연휴 계획을 짜기 바쁘다.
반면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자영업자·영세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염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단비가 우산장수에는 웃음을 주지만 짚신 장수에게는 악재가 되듯 긴 연휴를 앞두고 울고 웃는 대한민국을 엿봤다.
◇ 여행·유통 업계 '웃음' vs 재래시장·자영업자 '울상'
10일 동안의 황금연휴로 여행업계는 이미 분주하다.
이번 연휴 기간 약 52만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국인 기준 지난해보다 26%나 늘어난 수치다.
날짜별 항공편 예약률은 평균 89∼94％로 만석 수준이다.
렌터카 60∼90%, 콘도미니엄 80％ 이상, 전세버스 65％ 이상, 골프장 41％ 이상, 관광호텔, 40％ 등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 대표 관광지인 설악권도 20여개 콘도미니엄·리조트·호텔 객실이 연휴 기간 모두 동났다.
연휴 기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최종 실적은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도 청탁금지법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이지만,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크게 늘었다.
최근 추석예약 판매율을 집계한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전년 대비 각각 224.2%, 180.3% 증가했다.
신세계 백화점(43.6%), 롯데백화점(36.8%), 현대백화점(31.2%) 등도 예약판매율이 늘었다.
이와는 달리 재래시장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한 상인은 "휴일이 길어지면서 지난 추석보다 30%가량 매출이 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휴가 걱정인 것은 음식점 등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긴 연휴에 도심을 떠난 사람이 늘어 한 달의 3분의 1가량은 장사하기 힘든 상황이라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임대 자영업자의 경우 장사를 못 해도 임대료는 그대로 내야 해 사실상 한 달 수익이 반 토막 날 처지에 놓였다.
광주에서 음식점을 하는 류모(35·여)씨는 "손님이 없을 것이 뻔하지만, 월세라도 벌기 위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이다"고 말했다.
◇ 대기업·중소기업도 격차 뚜렷
경기 광명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근로자들은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추석 연휴 열흘을 모두 유급휴일로 보낼 수 있다.
당직자는 특근수당을 받고 추석 보너스로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상여금과 귀향비 80만원, 35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받는다.
대기업 직원들은 이처럼 행복한 추석을 맞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긴 연휴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연휴를 즐기자니 납품기일 맞추기가 빠듯하고,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하자니 지급해야 할 추가수당이 부담이다.
경기 안산의 전자회로기판 제조업체는 추석 연휴 5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모두 출근해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한다.
납품처가 주로 해외에 몰려 있어 정해진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업체 대표는 "대출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사정이 빠듯하지만 납품기일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며 "남들에겐 행복한 연휴가 중소업체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처럼 느껴져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1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7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도 중소기업 46%는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열흘 전체를 쉬는 중소기업은 35.6%에 불과했고 평균 휴일도 7.6일에 그쳤다.
◇ "황금 휴가는 남의 이야기"…근로자·취약계층 근심
임시공휴일에도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의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임시공휴일에 '쉰다'는 응답은 76.2%(965명), '근무한다'는 23.8%(297명)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에 열흘 모두 쉰다'는 응답자는 61%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운수노동자의 75.4%, 의료노동자의 58.6%가 임시공휴일에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운수노동자는 휴무일수가 4.5일에 불과해 전체 노동자 평균 휴무일 8일보다 월등히 적었다.
반면 금융·공공·사무직은 93.9%가 임시공휴일에 쉬고, 평균 휴무일은 9.4일이다.
못 쉬는 것도 서러운데 명절을 앞두고 임금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도 약 21만9천명이나 된다. 전국 체불임금액은 8천910억원에 달한다.
복지 서비스에 의지해 살아가는 취약계층도 열흘 연휴가 길기만 하다.
전국의 상당수 복지관이 연휴 기간 대부분 휴무에 들어간다.
복지관 대부분이 무료급식소 형태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의 식사도 걱정해야 한다.
복지관 일부는 노인에게 제공할 간편식과 마른반찬 등 대체식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들을 돌보는 생활관리사·방문간호사들도 연휴 기간 쉰다.
부산의 한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긴 연휴 기간 급식 제공을 못 해 안타깝지만, 봉사원들도 집안 사정이 있어 급식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은경, 정빛나, 김범수, 장영은, 고성식, 차근호, 김재홍, 권준우, 이종건,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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