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수장이 15년 만에 교체될 예정이어서 후임 인선이 주목된다.
22일 CNBC에 따르면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조만간 은퇴할 예정이며 그 자리를 놓고 궈수칭(郭樹淸)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과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湖北)성 서기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우 행장은 2002년에 부임해 중국은 물론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장으로서는 역대 최장수를 누리고 있다. 그는 재임하는 동안 3명의 국가 주석을 보필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3명을 상대했다.
그가 거둔 최대의 업적은 위안화의 달러화 페그제를 없앤 것이다. 영어에 능통한 데다 국제시장에서 상당한 신뢰와 주목을 보낼 만큼 해외의 평판도 좋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시장의 변동성과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차기 인민은행장 인선은 중국 정부의 의도를 짐작할 신호가 될 수 있다.
서방국들과는 달리 중국 중앙은행장은 정책 결정에 전폭적인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최고 국정 기관인 국무원이 최종 발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민은행은 저우샤오촨 행장 밑에서 다소간의 상대적 독립성을 얻고 있었다. 차기 행장이 정해진다면 그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정부 수뇌들이 막후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CNBC는 현재 후임으로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이 궈수칭과 장차오량의 2파전을 유력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궈수칭은 은감회 주석과 국유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회장,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산둥(山東) 성장과 구이저우(貴州) 부성장 등 정무직도 거칠 만큼 상당히 비중 있는 인물이다.
지난 2월 은감회 주석을 맡은 이후 중국의 금융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지휘해 시장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 수뇌부에서도 그를 신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차오량은 교통은행과 중국농업은행 등 2개의 국유은행과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을 이끌었고 지난해 10월 후베이성 서기로 승진했다. 인민은행에서는 선전(深천<土+川>)과 광저우(廣州) 지점장으로 일한 전력이 있다.
광저우 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50억 달러 규모인 광둥(廣東)국제투자신탁공사의 파산을 당시 광둥성 부성장이었던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처리하기도 했다. 왕치산은 현재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고 있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베이징(北京)의 리서치 회사인 트리비엄 차이나의 앤드루 폴크 공동 창업자 겸 이코노미스트는 떠오르는 정치인과 초기에 일한 것이 그의 출세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왕치산이 지금도 장차오량의 후원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크는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장차오량이 철저히 공산당 인물이라는 점에서 독립성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궈수칭 같은 인물들이 활동영역을 좀 더 확보하려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폴슨 연구소의 다미엔 마 연구원은 궈수칭이 영어를 할 수 있는 데다 국제적으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고 말하고 중국 정부가 국제 위상 확대를 추구하는 만큼 이점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중국정치학과의 케리 브라운 교수는 완벽한 인민은행장 후보는 시진핑에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신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차기 인민은행장은 각국의 재무장관들, 영란은행 총재나 연준 의장 등을 만날 수 있어야 하며 이들과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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