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신청 작년보다 15∼20% 늘듯, 핵가족화 심화 속 도시민에 인기
벌 쏘임·야생진드기 물림 빈번한 것도 대행서비스 '노크' 배경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서 전국 곳곳의 산지에는 묘소를 정리하는 벌초객들이 눈에 띈다.
가만히 보면 조상 묘를 돌봐야 할 후손 대신 이들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1인 벌초객'이 구슬땀을 흘리며 무성히 자란 풀을 깎는 경우가 많다.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3일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산림조합의 벌초 대행 서비스인 '벌초 도우미'의 올해 시행 건수는 묘소 기준 3만2천∼3만3천기(基)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 관계자는 "벌초 대행 요청이 매년 10%가량 증가했으나 올해에는 윤달이 끼어 개장·이장이 더 많았던 만큼 신청 건수가 15∼20%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산림조합의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4년 2만2천271건, 2015년 2만3천656건, 지난해 2만7천877건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벌초 대행 요청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충북 청주산림조합은 130기에서 160기로, 강원 춘천산림조합은 180기에서 210기로 각각 늘었다.
경북 영덕산림조합의 경우 벌초 대행 서비스 증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기는 해도 지난해 174기에서 올해 190기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벌초 대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게 산림조합의 전망이다.
고령화로 묘소를 관리할 농촌 인력이 줄어든 데다가 핵가족화가 심화하면서 도시민들이 조상 묘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예초기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청에 접수된 예초기 사고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무려 1천619건에 달한다.
게다가 벌 쏘임 사고나 야생 진드기로 인한 감염병 환자가 많아지는 것도 벌초에 직접 나서기를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긴 벌쏘임 환자는 2만3천217명에 달하는데 이 중 산에서 다친 환자가 23%나 된다.
지난해 벌에 쏘였다가 목숨을 잃은 17명 중 10명은 벌초 작업 중 화를 당했고, 올해에도 지난 9일 전남 영암에서 벌초 중 장수말벌에 머리를 쏘인 50대 여성이 숨진 일이 있다.
야생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 감소 증후군 발생도 증가 추세다. 지난달 말까지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165명)의 84%에 달한다.
중증열성혈소판 감소 증후군 사망자도 작년에는 19명이었는데, 올해에는 이미 31명이 숨졌다.
야생 진드기의 활동이 추석을 전후해 왕성한 데다가 쓰쓰가무시병이나 유행성출혈열이 유행하는 탓에 감염을 우려, 벌초 대행 서비스를 선호하는 주민이 점차 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묘소를 오가는 교통비나 시간을 고려할 때 벌초 대행비는 1기당 8만∼10만원으로 저렴해 도시민들이 이 서비스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올해에도 벌초 대행을 신청한 청주의 한 주민은 "각지에 흩어진 형제들이 한날한시에 모이는 것이 어렵고 예초기 사고나 벌 쏘임 사고가 발생하면 발초를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어 대행 서비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벌초는 후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조상을 대하는 행위인 만큼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대행 서비스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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