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 옮기는 하늘소, 살충제 아닌 페로몬으로 잡는다

입력 2017-09-24 08:25  

'소나무 에이즈' 옮기는 하늘소, 살충제 아닌 페로몬으로 잡는다

서울대 연구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는 친환경 하늘소 유인제 공동개발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매년 수십만 그루를 고사시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는 친환경 기술을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했다.

서울대는 이 대학 산림과학부 박일권 교수 연구팀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하늘소의 수컷 페로몬을 이용해 암컷을 집중적으로 잡아 번식을 억제하는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하늘소 수컷과 암컷의 몸에서 나오는 휘발성분을 분석해 수컷만 페로몬의 일종인 '모노카몰'을 발산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 모노카몰에 에탄올 등 다른 물질을 배합해 암컷 유인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연구팀이 이렇게 만든 '유인제'를 해충 포획틀에 넣어 강원 홍천의 소나무숲에 한 달간 둔 결과 200여마리의 하늘소가 잡혔다. 반면, 함께 설치한 유인제가 들어있지 않은 포획틀에는 6마리만 들어있었다.

유인제에 이끌려 포획된 하늘소 중 약 75%가 암컷이었다. 알을 낳는 암컷을 집중적으로 잡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하늘소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데에도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소나무의 양분 이동통로를 막아 말라죽게 하는 병이다.

하늘소 암컷은 죽은 나무에 알을 낳는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에서 알을 깬 하늘소 유충 몸에는 선충이 붙고, 하늘소 유충이 성충이 돼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면 선충이 함께 따라가 새 소나무를 감염시킨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치료 약이 없어 확산을 막으려면 선충을 옮기는 하늘소를 잡는 방법밖에 없다. 주로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방제한다.

1988년 국내에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2014년 4월 감염된 소나무가 218만 그루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렸으나 산림청의 방제 노력으로 수그러들어 올해 4월 99만 그루로 줄었다.

산림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들인 예산은 1천32억원에 달하며, 하루 평균 인력 4천여명이 투입됐다.

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면 살충제를 뿌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항공방제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번식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에 하늘소 개체 수를 줄이는 데에도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국립산림과학원, 벤처기업 케이아이피와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기술은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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