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10억 넘으면 공직자 취업 제한…자본금 떨어진 다음날 영입
법원 "자본금 임의로 낮춰 취업제한 피하는 것 막을 필요성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퇴직공직자 취업이 법으로 제한되는 기업의 자본금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될 수준으로 갑자기 낮아졌더라도 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공직자를 영입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기업이 특정인을 영입하기 위해 자본금을 일부러 낮출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국토교통부의 한 지방국토관리청 전직 과장인 이모씨가 "취업해제 요청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토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15년 연말 공직에서 물러난 이씨는 이듬해 3월 8일 토목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K사에 부회장으로 취업했다.
K사는 2015년 기준 자본금 20억 원에 매출액 100억 원을 넘어, 업무와 관련된 부서 공무원을 퇴직 시점부터 3년 이내에 채용할 수 없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이었다.
공직자윤리법과 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 중 자본금 10억 원, 외형거래액 100억 원 이상인 곳에 퇴직 시점부터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인사혁신처는 매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기업을 정해 고시한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퇴직공직자 취업 조사에서 이씨가 취업제한 기업인 K사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1월 K사에 '이씨의 취업을 해제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라'고 통지했다.
이씨는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취업 시점 기준으로 K사의 자본금이 1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K사의 자본금이 2015년 20억 원이었다가 (이씨가 취업하기 전날인) 2016년 3월 7일 9억8천만 원으로 감소했지만, 취업제한 대상 기업은 매년 12월 31일 전에 결정돼 이듬해에 적용된다"며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부가 사기업의 자본금 증가·감소 현황을 수시로 파악해 대상 기업을 변경하기 어렵다"며 "자본금을 임의로 낮춰 취업제한을 피해 특정인을 취업시키는 것을 막을 필요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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