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부 이어 남동부·남부 방문 계획…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반대 여론도 활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2018년 대선 출마를 위해 여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10월 중에 아마존 열대우림 광산 개발 계획으로 논란이 된 북부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북부 아마파 주와 파라 주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 4만6천450㎢를 환경보호구역에서 해제해 광산을 개발하려던 계획을 발표했다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이 제기되자 계획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군사독재정권 말기인 1984년에 '국립 구리·광물 보존지역(Renca)'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금과 철광석, 구리 등이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전체 영토보다 넓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하려는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광산개발업자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다"는 강력한 비난이 터져 나왔고, 국제 시민운동단체 '아바즈'(Avaaz)의 웹사이트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룰라는 같은 달에 1주일여에 걸쳐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를 방문한 뒤 올해 안에 남부 지역 주요 도시를 찾아가 지지자들을 직접 만나는 캐러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캐러밴'은 내년 초로 예정됐으나 최근에 벌인 '북동부 캐러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노동자당도 룰라의 뜻을 받아들여 남부 캐러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룰라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일간 북동부 지역 9개 주 25개 도시를 찾아가는 총 4천㎞에 달하는 캐러밴을 진행했다.
캐러밴 과정에서 연설을 통해 노동자당과 당원들이 자신을 대선 후보로 결정하면 이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부패 스캔들에도 여론조사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점도 룰라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MDA가 지난 21일 발표한 투표 의향 조사 결과 룰라는 현재 거론되는 모든 대선주자에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룰라는 20.2%를 얻었다. 극우 성향의 기독교사회당(PSC)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이 10.9%로 2위에 올랐고,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이 2.4%로 뒤를 이었다.
룰라는 부패혐의로 수차례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항소 절차를 거쳐 실형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룰라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으며 룰라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부패재판에 대한 최선의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자당은 룰라의 출마가 좌절되면 2018년 대선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당은 테메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에 이어 원내 2당이라는 점에서 정국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
룰라는 지난 5월 연방법원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2개월 만에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지난 13일에도 연방법원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대선 투표일은 10월 7일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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