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페 필리핀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직 사퇴를 마다치 않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부정축재 의혹을 부인하면서다.
24일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자신이 은행 계좌에 수상한 재산을 숨겨두고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입증하면 즉각 사임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릴 때 부모의 상속재산으로 '백만장자'가 됐다며 부정 축재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토지가 지금은 자녀들 명의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은행 계좌에 현재 50만 페소(약 1천100만 원)만 있다고 밝혔으나 다른 재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정적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과 상대방의 부정축재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트릴라네스 의원은 지난 2월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20억 페소(448억 원) 이상을 은행에 숨겨놨다며 계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의혹을 부인하며 오히려 트릴라네스 의원이 해외 은행 계좌에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며 최근 일부 계좌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나 가짜 계좌번호로 드러나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의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이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다바오시 부시장인 아들 파올로가 마약 밀매 연루설에 휩싸이자 "내 자식이 부패에 관여했다면 즉각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파올라가 마약밀매에 연루됐다면 사살할 것을 경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말에도 가족 중의 누구라도 부패를 저지르면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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