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윈체스터 '태평양 이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사이먼 윈체스터(73)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교수와 광인'),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크라카토아'), 세계 최초의 지질도('세계를 바꾼 지도')를 파고들었던 이야기꾼이 이번에는 태평양으로 눈길을 돌렸다.
"고대에는 지중해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현대에는 대서양으로 중심이 옮겨왔고, 여전히 대서양이 세상의 굳건한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태평양이 다가올 세상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신간 '태평양 이야기'(원제 'Pacific')에서 윈체스터가 밝힌 집필 이유다.
지구 전체 면적의 1/3을 차지하는 광활한 바다에는 그만큼 얽힌 이야기도 많다.
고심하던 저자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10대 사건을 골라 이야기를 풀어낸다.
낙원을 폐허로 만든 태평양 원자폭탄 실험, 1968년 제2의 한국전쟁 우려까지 낳았던 미국 군함 푸에블로호 납북 등 무겁고 그늘진 사건뿐 아니라 트랜지스터라디오, 서핑 정신 등 인류의 발전과 진보를 가져온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미국 지도자가 말 폭탄을 퍼붓는 상황에서 수차례 방북과 조사를 통해 완성된 '럭비공 같은 나라, 북한' 장이 특히 시의성 있게 읽힌다.
1990년대 말 공동경비구역 인근의 중립국휴전감시위원단 본부에서 스위스 전통 요리로 가득 찬 '판문점 오찬'을 시도했던 일화도 나온다.
책은 괴물 허리케인을 비롯한 기상 이변,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섬, 멸종 위기 생물 등 인간의 탐욕이 몰고 온 환경 문제도 여러 장을 할애해 비중 있게 다뤘다.
소설처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교과서나 언론 보도로 익숙해진 사건들도 각종 일지와 통계, 편지, 옛 신문기사, 인터뷰, 현장조사 등을 토대로 촘촘히 채워놓은 이야기들 덕분에 새롭게 다가온다.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과 2006년 미국 키티호크호의 중국 잠수함 발견을 엮어내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설명하는 저자의 관찰력도 놀랍다.
김한슬기 옮김. 21세기북스. 616쪽. 2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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