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석중 국민당 58석·노동당 45석…9석의 뉴질랜드제일당에 결정권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23일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에서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노동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함에 따라 차기 정부 구성은 정당 간 협상으로 판가름나게 됐다.
현실적으로 볼 때 전체의석 120석 중 58석을 얻은 국민당이 45석을 얻는 데 그친 노동당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노동당도 군소정당들을 끌어들여 과반 의석을 만들기만 하면 국민당을 제치고 정부를 출범시키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군소정당들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현재 정책과 자리를 따져보며 누구와 손을 잡을지 저울질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이번 총선에서 9석을 얻어 제3당 지위를 확보한 뉴질랜드제일당의 윈스턴 피터스 대표다.
트럼프 스타일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유명한 그는 국민당의 빌 잉글리시(56) 총리와 노동당의 재신더 아던(37) 대표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으며 '킹 메이커'로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정권에서 부총리, 외교부 장관 등을 두루 거친 노회한 70대 정치인답게 느긋하다. 다음 달 초 해외 거주자, 부재자, 입원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투표 개표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잉글리시 총리와 아던 대표의 애를 태우고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그가 국민당의 손을 들어주면 게임은 간단히 끝난다. 국민당과 뉴질랜드제일당 연정의 의석수가 67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당과 뉴질랜드제일당은 상이한 정책들이 적지 않고 나눠 가질 수 있는 각료직을 놓고도 연정 협상에서 삐걱거릴 소지가 없지 않다. 과거에 손을 잡았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다툰 경험도 있다.
게다가 피터스 대표로서는 이번에 정권을 잡으면 네 번째 연임이 되는 국민당 정부와 같은 배를 타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리 잘해도 한 정당이 다섯 번 연임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선뜻 손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간에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소지도 없지 않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국민당은 노동당의 전통적인 우당인 녹색당을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합종연횡을 위한 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노동당도 여전히 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피터스 대표가 10선의 잉글리시 총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아던 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게 더 쉬울 수 있고 자신과 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면에서도 뉴질랜드제일당은 국민당보다는 노동당에 더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노동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뉴질랜드제일당뿐 아니라 7석을 확보한 녹색당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당보다는 연정 방정식이 복잡하다. 그래도 과반에서 단 1석을 넘기는 불안한 과반이다.
문제는 또 녹색당이 노동당과는 호흡이 잘 맞지만 뉴질랜드제일당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세 정당이 한배를 탔을 때 정책조율이 과연 잘되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피터스 대표가 40여만 표에 가까운 특별투표 개표가 끝날 때까지 입장 천명을 유보한 것도 의석구도에 생길 수 있는 어떤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이 있지만, 연정 계산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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