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의 유혈충돌이 벌어진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힌두교도 시신 45구가 묻힌 집단무덤이 발견됐다.
미얀마군은 이들이 경찰초소를 습격해 유혈사태를 촉발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미얀마 관영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전날 라카인주 북부 마웅토의 예보치아 마을 인근 야산에서 28구의 시신이 묻힌 2개의 집단무덤을 발견했다.
또 미얀마군 이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틀째 수색을 벌여 17구의 시신을 추가로 찾아냈다.
사망자 가운데 20명은 여성, 19명은 남성이었고, 6명은 아이들이었다. 일부 사망자는 참수를 당했다.
힌두교도 집단 학살은 현재 마을을 떠나 방글라데시에 머무는 힌두교도의 제보를 통해 알려졌으며, 이후 군과 마을 주민들이 수색에 나서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300여 명의 ARSA 반군이 마을에 들이닥쳐 100여 명의 힌두교도들을 잡아간 뒤 마을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살해했으며, 강제적인 이슬람교 개종에 응한 8명의 여성은 죽이지 않고 방글라데시로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힌두교도 촌장인 니 말은 "우리는 정부군에 마을 주민들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치안 문제 때문에 지연됐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얀마 국가자문역실 대변인은 힌두교도들을 집단 살해한 주체가 누구에 관해 답하지 않았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힌두교도들은 다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계 로힝야족의 중간 지대에 있는 종교 그룹으로 이번 유혈사태 와중에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과 가해에 동참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지르는 등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미얀마군은 최근 ARSA 측이 저지른 잔혹 행위에 관한 증거를 잇달아 제시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로힝야족 반군이 지난 21일 라카인 주 북부 부티다웅 지역의 이슬람 사원에 폭탄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얀마군은 지난 23일 마웅토 남부의 차인칼리 마을에서 다수의 사제 지뢰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ARSA는 지난달 25일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이 조직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400여 명이 숨지고 로힝야족 난민 43여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들이 민간인을 죽이고 불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미얀마군과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사실상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규탄했고, 온라인에서는 사태를 방치한 수치의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반면, 미얀마가 가입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전날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의장 성명을 내어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 모두를 비판하고 라카인주 유혈사태 종식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로힝야족 탄압을 가장 앞장서 비판해온 말레이시아는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아세안 성명이 실제 상황을 잘못 전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장은 성명과 다르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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