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비난 여론에 흔들리지 않겠다…우리 목표는 본선"

입력 2017-09-25 11:08   수정 2017-09-25 11:29

신태용 "비난 여론에 흔들리지 않겠다…우리 목표는 본선"

대표팀 명단 발표 후 히딩크 감독 논란 등에 소회 밝혀

"사면초가…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평가전 치르겠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0월 원정 평가전에 나설 25명의 선수 명단을 공개하면서 비난 여론으로 인한 고충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신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선발 배경을 설명한 뒤 "이번 평가전 결과에 따라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질 수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본선"이라면서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여론을 의식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수를 활용하며 테스트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신태용 감독은 히딩크 전 감독의 감독 부임설에 관한 생각과 이승우(베로나) 등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선수들을 뽑지 않은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대표팀은 오는 7일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10일에는 스위스에서 모로코와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대표팀은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지만, 튀니지가 내부사정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혀 무산됐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과 일문일답.

--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 등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선수들을 뽑지 않았는데.

▲ 세 선수는 아직 어리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소집 명단은 2주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야 했는데, 이승우는 그때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보겠다.

-- 대표팀 전원이 해외파로 구성됐는데

▲ K리그와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 전원 해외파 선수로 소집하게 됐다. 해외파 선수로 전원을 꾸리다 보니 포지션마다 인원이 충분하지 않다. 특히 스트라이커 황희찬이 부상을 당하고 석현준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지동원과 황의조를 뽑게 됐다. 선수들이 부족하지만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

-- 지동원 등 현재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 지동원과 구자철, 박주호는 차두리 코치를 파견해 직접 확인했다. 지동원은 몸 상태가 좋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은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고 밝혔다.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고 싶었다. 황희찬이 부상을 당해 지동원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선수인지 테스트해보겠다.

-- 국내 선수를 한 명도 뽑지 않았는데, 국내 선수들이 합류했을 때의 조직력은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 동계 훈련과 남은 평가전을 통해 월드컵 본선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최근 여러 논란이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여부가 가장 큰 목표였는데 그 과정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논란도 있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관해선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현재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지막 열매는 러시아에서 거둬야 한다. 무분별한 질타는 대표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힘을 얻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희망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준비 과정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도움을 받을 부분이 있나.

▲ 여론이 좋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님은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이라 생각한다. 사심 없이 대표팀을 위해 일해주신다면 1%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낸다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은) 무조건 오케이다.

-- 평가전에서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싶나.

▲ 사실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여론이 좋지 않아) 결과가 좋아야 하고, 과정도 좋아야 한다. 일단 선수들의 수행 능력을 보려 한다.

--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히딩크 감독님을 향한 향수는 이해한다. 도와주신다고 하셨으니까 받아들인다. 러시아에 히딩크 감독님이 오시면 조언 구하겠다. 러시아와 모로코전에서 패할 경우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플레이 펼치겠다.

-- 코치진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 히딩크 감독님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김호곤 기술위원장님과 기술 코치 선임을 논의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이전부터 고민했다. 피지컬 코치도 2명이 필요하다고 축구협회에 전달했다. 위원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현재 새 코치를 찾고 있다.

-- 새로 합류하는 코치는.

▲ 경험이 있고 네임벨류가 있는 코치를 찾고 있다. 보여주기식 코치가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다.

-- 공격 자원이 적은데.

▲ 최근 우리나라엔 대형 스트라이커가 안 나오고 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원톱을 쓰면 괜찮지만, 투톱을 운용할 경우엔 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 기성용은 아직 경기에서 못 뛰고 있는데.

▲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선 기성용에게 팀 내 중심 역할을 맡겼다. 이번엔 다르다. 소속 팀에서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고 2군 경기에도 뛴다고 하더라. 실전 감각을 올리기 위해 뽑았다.

-- 해외파 전원 구성에 기대하는 효과는.

▲ K리그 선수들은 긴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뽑히지 못한 해외파 선수들은 더 분발할 것이라 기대한다. 함께 힘을 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펼쳤으면 좋겠다.

-- 손흥민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경기력 차이가 있는데.

▲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한 건 사실이다. 손흥민은 좋은 성수라 생각한다. 사실 대표팀과 소속팀은 구성원이 다르다.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이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손흥민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개인플레이를 줄이는 등) 움직였는데,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 튀니지에서 모로코로 상대가 변경됐는데.

▲ 이틀 전에 보고받았다. 기사를 통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평가전 상대는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 본선은 강한 팀과 만나게 된다. 언제쯤 대표팀의 전력이 정상화할 수 있을까.

▲ 우리 대표팀이 실력은 본선 진출팀 32개국 중 30위권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희망을 품어야 한다. 공격적으로 할 것인지, 문을 잠그다가 역습을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생각은 12월 조 추첨식 이후 할 것이다. 3월까지 평가전을 치르면 어느 정도 전력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승우나 백승호, 이진현이 새 팀에서 적응을 마치고 실력이 올라오면 기존 선수들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선수들은 현재 내 머릿속에 모두 들어가 있다. 대표팀 면면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 해외파 선수들의 무게감이 예전과는 다르다.

▲ 사실 10월 평가전을 이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님을 향한 여론 때문에 동요된 게 사실이다. 많이 힘들지만, 소신은 잃지 않겠다. 목표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다. 평가전이 아니다.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

-- 송주훈을 처음 발탁한 배경은.

▲ 송주훈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주전 선수로 생각했다. 그러나 출국 하루 전에 다치는 바람에 함께 가지 못했다. 이 선수를 꼭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뽑아서 꼭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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