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족 20마리 중 2가족 10마리 포획해 무룡산으로 이주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시가 태화강대공원 철새공원 대숲에 사는 너구리 가족의 이주 작전에 나선다.
너구리 서식 공간이 좁고, 개체 수가 계속 늘어나면 로드킬(road kill)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야생 너구리의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가 인위적인 이주 대책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울산시와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2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한 달여 동안 태화강 철새공원에 서식하는 너구리 4가족 20마리 중 2가족 10마리 정도를 철새공원에서 5㎞ 정도 떨어진 북구 무룡산으로 옮기기로 했다.
너구리는 야행성 포유류인 만큼 야간에 포획틀을 설치해 포획한 후, 태화강과 환경이 비슷하게 습지를 갖추고 먹잇감이 풍부한 무룡산 저수지 인근에 자연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너구리가 사는 태화강 철새공원은 대나무숲이 우거져 숙영지로 적합하고 숙영지 바로 옆 태화강에는 물고기 등 먹잇감이 풍부하다.
그러나 개체 수가 늘어나 숙영지가 좁아지거나 먹잇감이 부족해지면 너구리들이 태화강에서 인근 남산으로 가기 위해 남산로를 자주 횡단할 가능성이 크다.
남산로는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이 잦을 뿐만 아니라 울산에서 가장 차량이 많이 다니는 주요 간선도로 중 하나다.
태화강 철새공원 너구리들이 남산로로 나오면 로드킬 당할 위험성이 너무나 큰 것이다.
울산시와 로드킬예방협회는 이런 상황을 참작해 너구리 개체 수의 인위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너구리들이 놀라서 서식지를 집단 이탈하지 않도록 한 달여에 걸쳐 10마리 정도를 잡아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8월부터 너구리 개체 수를 모니터링 한 결과 4가족 20마리 정도가 태화강 철새공원 안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개체 수가 불어나 서식지인 태화강 철새공원을 벗어나면 로드킬 당할 가능성이 커 강제 이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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