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수주전 과열…과도한 사업조건 '잡음'

입력 2017-09-25 16:18   수정 2017-09-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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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수주전 과열…과도한 사업조건 '잡음'

정부, '7천만원 이사비' 이어 '초과이익환수 대납' 위법 여부 검토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은 전례없이 과도한 사업조건을 제시하고 상호 비방전을 펼치는가 하면, 민간이 진행하는 공사 수주 전에 정부까지 적극 개입하고 나서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 정부,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대납 제시 위법 여부 검토키로

국토교통부는 25일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 중인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대납해주겠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 법률 자문을 통해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GS건설과 경쟁하고 있는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 입찰제안서에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하지 못할 경우 579억원의 부담금을 대납해 주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만약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경우에는 579억원을 공사비에서 감액해 주거나 조합원 이주촉진비로 가구당 2천만원을 주겠다는 대안도 내놨다.

롯데건설은 역시 GS건설과 맞붙은 송파구 미성·크로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조합 측에 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을 제시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될 경우 ▲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을 지원해주거나 ▲ 공사비에서 569억원을 감액 또는 ▲ 이사비 1천만원과 이주촉진비 3천만원 제공 등 세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조합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또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경우 부담금 대납을 제외한 나머지 2개 가운데 조합이 원하는 쪽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신4지구는 현재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았지만 미성·크로바는 이미 지난 7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빠른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건설사가 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부담금을 조합 대신 대납해준다는 것인데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법률 검토를 거쳐 위법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법률 자문을 통해 초과이익환수금 대납 약속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상 금품·향응 등의 제공 의사로 볼 수 있는지를 가릴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이에 "양 사업지 모두 각각 579억원, 569억원 만큼 조합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초과이익환수 부분은 조합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라 지원 혜택의 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고 조합이 공사비 인하를 원하면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영업 전략상 타사와 달리 특정 금액만큼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 방법이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지원은 안되고, 공사비 인하는 허용된다고 하는 논리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현재 재건축 가격을 부추길 만한 조건은 불허하고, 아닌 것은 허용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끝나지 않은 '적정 이사비' 논쟁

국토부는 앞서 반포 주공1단지의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짜 이사비 7천만원 지원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위법 소지가 있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아파트 이사비를 둘러싼 갈등은 시공사 선정 총회(27일)를 이틀 남긴 25일까지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사회 통념상'의 적정 이사비만 받도록 서울시 등 지자체에 시정명령을 권고했으나 지자체에서는 '국토부의 방침이 없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관련 표준 지침에서 시공사 등이 조합원들에게 이사비를 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 권고로 적정 이사비가 얼마인지 구체적 금액을 명시해줘야 할 상황이다.

업계는 통상 재건축 현장에서 1천만원의 이사비 지원은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 금액이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25일 보도자료를 내어 "반포 1단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집수리 비용, 부동산 수수료, 포장 이사비 2회, 기타 부대비용 등을 모두 고려할 경우 가구당 3천만원 이상 이사비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사비를 주지 못하게 되면 조합원의 편의가 무시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정 이사비' 결정이 지연되면서 반포 주공1단지 조합은 지난 24일 "이사비 7천만원과 5억원의 무이자 이사비 대출 지원을 모두 받지 않기로 하고 사업 조건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이사비 지원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에서다.

다른 현장에 제시된 이사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서초 한신4지구와 송파 미성·크로바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대납을 대신해 제시한 2천만원, 4천만원의 이사비(이주촉진비)도 사회 통념상의 범주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간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상호 비방도 도를 넘어섰고 있다. 상대 회사를 꺾기 위한 각종 '마타도어'도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업체의 과도한 사업조건도 문제지만 물밑에서 개인적으로 오가는 금품제공이 더 큰 문제인데 정작 이런 것들은 행정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 조건이나 경비들이 결국 재건축 사업비 인상 요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재건축 수주전이 깨끗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 과정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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