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김명수 인준' 감사 표하며 '靑 회동' 응답 요청
'세부내용 협의하겠다'면서도 날짜 못박아 '요청 수위' 높여
유엔순방 성과 소개…대북문제, '고강도 제재+평화해결'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지난주 유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꺼내 들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초당적 이슈인 '안보'를 매개로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 진정한 '협치'의 테이블을 꾸려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해 보다 생산적인 정치를 펼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국민께 국가적 문제에 대해 초당적 협력이라는 추석 선물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삼아 안보위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17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면서 "국가안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내놓았던 메시지를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반복한 것은 그만큼 여야 지도부와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을 더욱 '진정성' 있게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 데 야당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야당의 협조에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다시 한 번 낮은 자세로 협력을 촉구하면서 청와대가 추진 중인 5당 지도부 회동에 미온적인 일부 야당을 향해 전향적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직접 호명하며 "내실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달라"고까지 말했다.
그만큼 여야 5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중요한 자리 내지는 계기로 생각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는 회동 참석 여부에 확답을 주지 않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익의 관점에서 여야가 따로 없는 이슈인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불참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야당도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유례없는 한반도 긴장과 안보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 협력과 국민의 단합된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은 최종적으로 확정된 후 브리핑해오던 청와대가 날짜를 먼저 공개하고 세부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한 것도 이례적이란 분석이 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여야 지도부 초청 대화를 27일에 추진해 안보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청할 계획이나 각 당 의사를 존중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얼마든 조율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날짜를 27일로 못박음으로써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 응해 달라는 요청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변인은 "5당 지도부와의 회동이 이뤄지도록 설득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한국당 등이 역제안한 단독 회동과 같은 선택지는 일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쳤다.
결국 정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안보 이슈로 여야가 한 테이블에 마주앉고 나면 본격적인 협치의 틀인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순방성과를 소개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북핵·미사일 문제에 평화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성과를 전하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평화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제재와 압박은 불가피하지만 궁극적 목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임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대북 스탠스에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 폭격기 B-1B가 북한 동해 국제공역 비행 무력시위를 함에 따라 무력 대치 가능성을 고조시켰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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