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동계스포츠 관심 늘어…"접근 기회·지원 증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스윕! 스윕! 스윕!", "얍! 조금 더!"
일요일이던 지난 24일. 서울 발산초등학교와 한양초등학교가 '서울시 컬링연맹회장배' 초등부 우승을 놓고 맞붙은 태릉선수촌 빙상 컬링장은 아이들의 기합 소리로 가득 찼다.
경기 도구인 브룸(broom)이 허리보다 더 높이 올라올 정도로 선수들은 어린 티가 났지만, 목소리는 카랑카랑 울렸고 눈빛에도 진지함이 가득했다.
출전팀이 워낙 적다 보니 결승전은 남녀대결로 치러졌다. 한양초는 6학년 여학생 팀이, 발산초는 5학년 남학생 팀이 결승에 올라왔다.
경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공격에 나선 발산초 선수가 스톤을 얼음 위로 밀면서 조심스레 손잡이를 놓자 한양초 4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미끄러지는 스톤 앞 빙판을 열심히 닦는 발산초 선수들의 스위핑이 시작되자 관람석도 응원 구호로 시끌벅적해졌다.
경기는 발산초가 꾸준히 앞서갔지만,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분위기가 점차 바뀌었다. 결국, 힘은 달리지만 노련하게 전략을 짠 한양초가 막판에 6대 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한양초 컬링부는 5∼6학년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창설한 지 16년이나 된 전통의 강호다. 2001년 창설 이래 지금까지 배출한 선수가 150여명이나 된다.
이 학교 컬링부는 컬링에 대한 국민적인 인기를 몰고 온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신미성 코치가 이끌고 있다.
신 코치는 "예전에 내가 운동할 때와 비교하면 컬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경북 의성, 경기 의정부 등에 컬링 경기장이 생기면서 더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컬링 등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동계스포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준우승한 발산초의 경우 컬링에 푹 빠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꾸린 케이스다. 발산초는 2015년부터 2년간 공식적으로 컬링부를 운영했지만, 전문 코치나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올해 초 해체했다고 한다.
이후 5학년 남학생 4명이 팀을 꾸려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지훈 군은 "2주에 한 번 새벽 6시에 일어나 태릉선수촌에서 운동하는 데 정말 재밌다"며 "얼음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난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빙상 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학교도 속속 생겼다.
대전 한밭초등학교는 매주 토요일 스케이팅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학기에 한차례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스케이팅 수업을 한다.
한밭초 관계자는 "스케이팅 수업은 평창 올림픽을 더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2학기에는 빙상부를 창단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 전하초등학교는 작년부터 3∼6학년을 대상으로 매 학기 두 번 스케이팅 교육을 했다. 1∼2학년 학생들은 동계스포츠를 주제로 경기 종목, 마스코트, 올림픽 규칙 등을 알아보는 수업을 한다.
전하초 관계자는 "아이들이 스케이팅을 잘 몰랐는데 국가대표 출신 강사에게 배우면서 지금은 99% 이상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됐다"면서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고 교사나 학부모 반응도 좋아 교육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자칫 이러한 인기가 '올림픽 특수'에 그치면서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동계스포츠 동아리를 운영하는 학교 대부분이 시범학교로 지정된 탓에 지정 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레 동아리도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비인기 동계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동계스포츠 운동부 감독을 맡은 한 교사는 "평창을 계기로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배울 곳도, 연습할 곳도 부족하다"면서 "비인기 종목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아이들이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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