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법독립은 평생의 꿈"…'고강도 사법개혁' 기대

입력 2017-09-25 17:24  

文대통령 "사법독립은 평생의 꿈"…'고강도 사법개혁' 기대

자서전서 "참여정부 사법개혁 잘 마무리해…사법제도 선진화돼" 평가

"민주주의·인권 측면에서 정부보다 사법부가 중요"…김 대법원장에 기대감

김 대법원장, 대법관 인선·기수파괴·행정처 개편 등 사법개혁 착수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파격'을 넘어 '충격'적 인사라는 평이 나왔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음과 동시에 김 대법원장의 두 어깨에는 '사법개혁'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사법개혁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낼 때부터 강한 의지로 추진해온 과제였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의 사법개혁 노력을 평가하면서 "참여정부는 사법개혁 방안을 잘 마무리해 대부분을 입법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크게 선진화됐다"고 기술했다.

이어 "사법제도에 관한 개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일지 모르겠으나, 법률가인 나로서는 사법개혁을 관장하고 성공시켰다는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군(軍) 사법제도 개혁과 대법원의 '정책 법원화'는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다시 의지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면, 참여정부가 진도를 내놓은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라며 훗날을 도모했다.

6년 전 문 대통령이 기술한 것처럼 사법개혁의 '의지'를 가진 정부가 들어섰고, 그 선봉에서 개혁을 이끌 사람이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인 셈이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에 대한 바람과 의지는 이날 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김 대법원장에게 "사법독립과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을 꿈꿔온 것"이라며 "민주주의라든지 인권 측면에선 사법부의 역할이 정부보다 크다고 본다. 대법원장 취임만으로도 사법부가 많이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김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함으로써 앞으로 사법개혁의 선봉에 설 그에게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된 김 대법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른바 '사법적폐'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기 중 보수적 색채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장은 대법원 내 3개 소부(小部)의 재판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전원합의체 재판에서만 재판장을 맡는다. 대법원장이 대법원 판결에 직접 관여할 소지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의 임명 제청권을 가진다. 대법관 지명 절차를 살펴보면 대법관추천위원회에서 3배수의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한 명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거친다.

즉,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셈이다.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대법원장에 대해 보수야당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 동안 총 13명의 대법관에 대한 제청권과 대법원장 지명 몫인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한다.

김 대법원장의 의지만 있으면 보수 성향이 강한 현재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완전히 뒤집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당장 내년 1월 2일 퇴임하는 김용덕 대법관과 박보영 대법관의 후임 인선에 착수해야 한다.

취임 후 첫 대법관 인선인 만큼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대법관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적폐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기수 문화'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 본인부터 '기수 파괴'의 대표적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무려 13기수 후배다. 현 대법관 13명 중 박보영(16기)·김소영(19기)·김재형(18기)·박정화(20기) 대법관 등 4명을 제외한 9명이 김 대법원장보다 선배다.

또 그간 법원 내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던 법원행정처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제왕적 대법원장의 손발'이라며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조직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이 이처럼 산적한 '사법적폐'를 청산하고 문 대통령의 오랜 꿈인 사법개혁과 사법독립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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