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개혁위, 원세훈 '정치관여·횡령·배임' 수사의뢰 권고(종합)

입력 2017-09-25 19:09   수정 2017-09-25 19:44

국정원개혁위, 원세훈 '정치관여·횡령·배임' 수사의뢰 권고(종합)

"원세훈 국정원, '盧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

"송영길·박지원·곽노현·조국·이상돈 등 국정원 타깃"

"기업담당 정보관 동원 보수 인터넷 매체 광고 요청 지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이 이명박(MB)정부 비판세력에 대해 문화·연예계 인사는 물론, 정치인·교수 등 사회 각계 인사에 대해 전방위적 비판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수 인터넷 매체 지원을 위해 국정원 기업체 담당 정보수집관에게 광고지원 요청을 지시했고, 이른바 '좌파' 인사 비판 가두집회와 성명발표 등에 보수단체를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5일 적폐청산 TF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정치인·교수 등 MB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정치관여 및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의 '좌파' 인사 비판활동은 다음 '아고라' 등 특정 사이트나 트위터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로 진행됐다.

주요 비판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조국 민정수석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등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009년 6월 '盧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활용계획', '정치권의 盧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 2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친노·야당의 정략적 기도는 정치 재기를 노린 이중적·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반박하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에는 본인의 선택이며,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라'고 돼있다.

또 '자살과 범죄는 별개로 수사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해야', '대통령 재임 중 개인적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 등의 대응논리를 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보고서에서 개발한 대응논리에 따라 다음 '아고라'에 토론글 300여건, 댓글 200여건을 게재했으며, 2011년 5월에는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과 협조해 서교동 노무현재단 앞에서 '노무현 정신 운운하며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종북세력 규탄' 가두시위를 개최했다.

송영길 의원에 대해서는 인천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1년 2월 "인천시를 대북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라고 한 발언을 지자체장의 본분을 망각한 종북행위로 규정, 심리전을 전개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는 2010년 9월 김황식 총리후보자 비난과 대통령 러시아 방문 외교 폄훼 등의 이유로 국정방해 인사로 지목하고 비판 심리전을 전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해서는 다음 아고라와 트위터, 전교조 홈페이지 등에 '양 가면 쓴 이중인격자' 구속 촉구 등의 글을 퍼뜨리고 일간지에 곽 전 교육감 규탄 시국광고를 게재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2011년 트위터에 '서울대 조국 교수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라는 글을 올리는 등 비판활동을 전개했으며, 보수논객으로 알려졌던 이상돈 의원이 MB정부를 비판하자 좌파교수로 규정, 퇴출·매장 여론을 조성했다.

국정원은 진보성향의 교수나 당시 야당 정치인 뿐 아니라 여당 의원이나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인사도 ▲국가원수 모독 ▲국정 음해·왜곡 등의 이유를 들어 비판활동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홍준표·정두언·안상수·원희룡·권영세·손학규·정동영·천정배·최문순·김진애·유시민·김만복·장하준·윤창중·김재윤 등이 국정원의 표적이 됐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국정원은 또 언론기고나 보수단체를 활용한 지역신문 시국광고 게재, 가두시위 전개 유도 등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2월 보수 인터넷 매체 '미디어워치' 창간 때부터 국정지지여론 조성을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창간재원 마련 관련 조언을 해주거나, 여권의 측면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지휘부와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에 국정원 지휘부는 국내부서 기업체 및 정부부처 담당 정보수집관들에게 전경련, 삼성 등 26개 민간기업 및 한전 등 10개 공공기관에 미디어워치 광고지원을 요청하도록 지시했으며, 미디어워치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 4억여원 가량의 기업광고비를 수주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국정원은 2010년 11월부터 12월 사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 '자유주의진보연합',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국제외교안보포럼' 등의 명의로 광고비를 지원해 조선·동아·중앙·국민·문화일보 등 5개 신문사에 총 5천600만원의 시국광고를 게재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9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자유민주수호연합,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 '이상돈 비판 기자회견', '종북세력 비판 피켓 행진', '곽노현 교육감 및 전교조 비판 집회'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위는 이같은 국정원의 활동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당시 청와대에서 지방선거·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인물 세평·동향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특정인 대상 댓글 등 직접 비방 지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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