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발표뒤 떠나려다 "한마디 더하겠다"며 `대못박기' 협박발언
전격 성명 발표 소식에 호텔앞 취재진 북새통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또다시 말 폭탄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자위적 대응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리 외무상의 성명 발표는 이날 출국에 앞서 이뤄졌다.
리 외무상은 당초 예상됐던 시간보다 45분 늦은 오전 10시45분(한국시간 오후 11시45분)께 숙소인 뉴욕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를 나와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전 유엔총회 연설에 이어 리 외무상의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미국 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성명 발표 뒤 준비된 차량에 오르려다 따라간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발걸음을 되돌려 "한마디만 더 하겠다"면서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서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탁(작전테이블) 위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더 대못 박기용 협박을 한 것이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북측 실무자가 옆에서 영어로 순차 통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명 발표장 주변에 북한 대사관 인사 등 배석자는 없었다.
유엔 주변에선 전날 오후 늦게부터 리 외무상이 출국에 앞서 언론에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 때문에 이날 새벽부터 리 외무상의 숙소 앞에는 혹 있을지 모를 그의 발언을 듣기 위해 일부 언론이 대기했다. 북측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리 외무상이 떠나기에 앞서 입장 표명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성명 발표는 상당히 전격적인 것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현장에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뒤늦게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CNN 방송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성명 발표 직전에 도착, 호텔 앞에는 3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리 외무상은 짧은 회견을 마치고 차를 타고 서둘러 떠났다. 그는 4박 5일간의 뉴욕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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