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 독립투표 압도적 찬성 유력…군사긴장 최고조

입력 2017-09-26 03:15   수정 2017-09-26 11:18

이라크 쿠르드 독립투표 압도적 찬성 유력…군사긴장 최고조

이라크-터키군 합동훈련…터키, KRG 봉쇄 경고

잠정 투표율 78% 집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 찬반 투표가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종료됐다.

이날 투표는 애초 투표 마감 시간보다 1시간 연장됐으며 잠정 투표율은 78%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체 유권자는 약 534만명이다.

투표 마감과 함께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가 시작됐고 결과는 26일 오후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 비율이 압도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KRG가 이라크 중앙정부는 물론 주변국,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투표를 강행한 탓에 정치·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KRG의 관할 지역이 아니지만 이번 투표의 대상지로 포함된 키르쿠크 주에서는 투표 종료와 함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26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가 발표됐다. 키르쿠크 주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되기도 전에 이번 투표가 찬성으로 판가름났다면서 축하하는 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표를 강행함에 따라 독립 국가 수립 절차를 추진하려는 KRG와 바그다드 중앙정부, 이란, 터키 등 주변국 간 충돌과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이라크 의회는 25일 긴급회의를 열어 KRG와 관할권 분쟁이 있는 모든 지역(키르쿠크, 디얄라 주)으로 군대를 이동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권고안을 가결했다.

강경 시아파 의원인 하킴 압바스 무사 압바스 알자밀리는 "KRG의 투표는 이라크의 통합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강력한 징벌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라크군은 터키군과 함께 KRG 자치지역과 맞닿은 터키 국경지대에서 25일 밤 예고하지 않은 군사훈련을 단행해 KRG를 압박했다.




자국내 쿠르드족이 1천400만명에 달하는 터키는 투표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 KRG의 원유를 수출하는 송유관을 막겠다고 위협했다. KRG의 원유는 터키 하부르 검문소를 거쳐 남부 제이한 항구에 도달, 지중해를 통해 이스라엘 등으로 수출된다.

터키는 KRG가 수출 또는 밀수하는 원유의 주 구매처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KRG의 대외 교역의 길목인 하부르 검문소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이 지리적으로 터키, 이라크 중앙정부, 이란, 시리아에 둘러싸인 내륙에 있는 탓에 터키가 육로 국경을 막으면 이 지역은 사실상 완전히 봉쇄된다.

터키는 또 이라크 내 투르크멘계 주민이 쿠르드계에 공격받으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24일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KRG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영공 운항을 금지했다.

이란, 터키, 러시아 정상은 24∼25일 전화통화로 KRG의 '불법적인' 분리·독립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25일 KRG의 투표가 잠재적인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라크 중앙정부와 KRG의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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