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백신면역연합 대표 "북한은 백신 지원국가 기준에 충족"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 심화에도 불구하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같은 민관협력단체의 북한 대상 백신 지원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대표적 백신 공급기관인 GAVI는 북한은 수많은 백신 지원국가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정치적 이슈와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GAVI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설립된 민관협력단체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파트너로 삼고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 70개 최빈국 아동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설립 후 지금까지 GAVI의 혜택을 받은 아동만 6억400만명에 달한다.
GAVI는 백신 공급은 공중 보건 향상과 어린이들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 있다며, 대북제재와 같은 정치적 문제와 연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북제재 수위가 심화하면서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이 지속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데 따른 응답이다.
이와 관련, 세스 버클리 GAVI 대표는 2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한은 매우 가난한 나라인 데다 만 1세 미만 아동의 백신 수요가 높아 GAVI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 충족한다"고 대답을 대신했다.
실제 GAVI의 백신 지원으로 북한 내 영유아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백신 접종률이 국내와 유사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GAVI 관계자는 "북한의 DTP 백신 접종률은 2000년 5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기준 97%까지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국내 만 3세 이전 어린이 예방접종률 96.9%와 근접한 수치다. DTP 백신만 놓고 봤을 때의 국내 예방접종률은 96.2%다.
다만 북한의 DTP 예방접종 지원 역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수많은 지원국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GAVI 측 관계자는 "북한은 GAVI가 지원하는 수많은 나라 중 하나"라며 "백신 공급과 대북제재 등 정치적 이슈가 연결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특히 GAVI 측은 백신 공급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택적 공급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경제적 수준과 어린이 수, 백신 필요량 등 정량적인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백신 공급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을 통해 이뤄지게 돼 있어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버클리 대표는 "GAVI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해왔다"고 강조했다.
GAVI는 북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리아 등에도 백신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GAVI는 매년 말 미국, 영국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 회의를 통해 개발도상국 대상 백신 지원 등을 결정한다. 이사회 회의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고 GAVI 관계자는 전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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