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이병헌 "흥행 리스크 있지만, 울림이 깊어 끌렸다"

입력 2017-09-26 16:41   수정 2017-09-26 16:57

'남한산성' 이병헌 "흥행 리스크 있지만, 울림이 깊어 끌렸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어떤 슬픈 영화보다 울림이 깊은 영화입니다. 이미 사실로서 지나가 버린, 엔딩을 바꿀 수 없는 역사 이야기이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47)은 영화 '남한산성'의 여운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배우로서 정말 의미 있는 영화를 찍은 것 같다"며 "오래간만에 전체적인 호흡과 정서가 기존 영화들과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청의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이 고립무원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던 47일을 다룬 작품. 이병헌은 청과 화친을 주장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청과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인물에도 치우치는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영화는 선과 악의 캐릭터가 있고, 악을 응징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달랐죠. 최명길에도, 김상헌에게도 50대 50의 비중으로 마음이 갔습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최명길은 '역적'이라는 오명에도 굴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게 자신의 소신을 인조에게 밝힌다. 이병헌은 그런 최명길의 모습을 담백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26년 차 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






최명길의 대사에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대사들이 많이 있다. 이병헌은 그중에서도 최명길이 인조에게 "김상헌은 이 궁에서 유일한 충신입니다. 그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청하는 부분을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꼽았다.

이병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과 대립하던 상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던 최명길의 매력이 잘 드러난 대사"라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윤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김윤석 씨는 열이 많은 뜨거운 배우"라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점이 부럽다"며 웃었다.

'남한산성'은 승리의 역사가 아닌 치욕스러운 역사다. 그런 만큼 흥행에는 리스크도 있다. 이병헌은 "1천만 관객이 넘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면서 "1천만 관객이 봤지만 머릿속에서 쉽게 잊히는 영화보다는, 1천만명이 안 되더라도 계속 회자하고 이미지나 정서가 계속 남아있는 작품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암울하고 실패한 역사도 돌이켜보면 배울 점이 있다"며 "특히 40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헌은 올 초 범죄 액션 '마스터'를 시작으로 '싱글라이더', '남한산성'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년 전에는 홍콩 거장 감독들의 영화를 보면서 홍콩영화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한국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생겼죠. 그때 한국영화가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지금 한국영화가 제가 부러웠던 홍콩영화 전성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가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체력이 될 때 하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병헌은 내년에는 '아이리스'(2009) 이후 9년 만에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출연도 앞두고 있다. '태양의 후예'를 쓴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이병헌은 "김은숙 작가가 대사를 정말 맛깔나게 쓴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이 들었다"면서 "그 맛깔나는 대사를 내 입을 통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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