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우환 PD 등 인사피해자 조사…李 "국정원 계획대로 시사교양국 해체"
최승호 PD "검찰서 국정원 문건 확인…나의 하차를 핵심성과로 꼽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정부 비판 성향을 보인 공영방송 프로듀서(PD) 등의 퇴출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결과를 '대통령 보고용' 문서로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승호 전 MBC PD가 밝혔다.
MBC 주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와해는 MBC 경영진이 아닌 국정원이 세운 계획에 입각한 공작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전 PD는 26일 오후 검찰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나를 PD 수첩에서 전출시킬 것이란 계획을 세우고 실제 전출된 뒤 이를 핵심성과로 보고한 사실이 문서 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만든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해당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국정원은 'PD수첩 최승호 전출, 김미화 교체, 추적60분 PD 인사조치'라는 내용을 계획사항으로 문건에 담았고, 이후 2015년 1월 15일자 문건에서는 저와 김씨의 하차를 '부서핵심성과'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성과 사항 부분에는 'VIP(대통령) 보고'라는 표현이 있었다"라며 "다만 검찰에서는 실제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최 PD는 2010년 PD수첩 제작진으로 있으면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가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MBC에서 해직됐다. 해직 이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PD와 앵커로 활동 중이다.
이어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한 이우환 MBC PD는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서 본 국정원 문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라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전했다.
이 PD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두고 경영진과 마찰을 빚다가 2014년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받아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다.
그는 "그동안 나는 김재철 전 사장과 주요 간부가 주도적으로 MBC 파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기 나온 대로 실행했음을 알게 됐다"며 "김 전 사장은 국정원의 '아바타'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는 국정원 문건 내용에 근거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며 "문건 내용을 보면 2010년부터 1·2단계 지침이 하달됐고, PD수첩이나 시사교양국 해체 일정이 실제로 그대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 PD와 이 PD 외에도 MBC PD와 작가를 잇달아 불러 국정원의 '정치 공작'에 따른 피해 사실 진술을 들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등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와 프로그램 제작 일선 PD 등의 성향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고 판단한 이들의 교체 등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생산했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하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피해자들을 불러 국정원의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한편, 탈법 행위들이 실제로 청와대에 보고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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