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가톨릭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민자 2세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명 '이우스 솔리' 법안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회의(CEI)의 괄티에로 바세티 의장(추기경)은 25일 로마에서 열린 CEI 상임위원회 개막식 연설에서 "이민자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민자의 통합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우스 솔리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바세티 의장은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 작업은 새로운 시민권 인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민자 2세)개개인의 발전을 돕고,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어를 쓰고, 이탈리아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대중에 융화되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어로 속지주의를 의미하는 '이우스 솔리' 법안은 이민자의 자녀가 만 18세가 돼야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이민법을 고쳐, 이탈리아에서 출생한 뒤 최소 5년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민자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파 정당의 반대로 2015년 10월 하원 통과 뒤 상원에 계류돼 있는 이 법안에 대해 정부는 당초 지난 8월 정부 신임 투표와 연계해 상원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집권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소수 전당으로부터도 반대가 제기돼 과반 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법안 처리를 전격 연기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현행 의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봄 총선 전에는 이 법안을 상원 투표에 부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이탈리아 대중의 반감을 고려할 때 표결이 이뤄진다 해도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탈리아는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약 60만 명의 아프리카·중동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며 난민으로 인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부담이 커진 탓에, 난민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가톨릭계의 지지는 지지부진한 법안 통과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난민에 대한 포용 정책을 중시하고 있는 교황청 역시 이우스 솔리 법안의 연내 통과를 이탈리아 정부에 촉구하고 있어, 정부는 교황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연내 상원 표결을 진행한다는 계획 아래 물밑에서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도 최근 보도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약 80만명의 미성년 이민자 2세가 이탈리아 국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