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독 주연, 책임감 때문에 강수처럼 오지랖 넓어졌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음식 배달하는 분들이 진짜 고생 많이 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요새는 짜장면을 시켜먹은 후에도 그릇을 꼭 씻어서 내놓게 됐어요."
'건강한 청춘극'으로 호평받으며 종영한 KBS 2TV 금토극 '최강 배달꾼'에서 주인공이자 떠돌이 배달부 최강수를 연기한 배우 고경표(27)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경표는 강수를 연기하면서 배달부들의 힘든 일상이 더 잘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그릇을 내놓으면서 그 안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넣어놓기도 하고, 아기 기저귀를 같이 버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며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고경표는 드라마가 호평받은 이유에 대해 "시대가 가진 청춘의 아픔을 다루면서도 만화 같은 연출로 용기를 줬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들이었지만 그 덕분에 어릴 때 만화책을 보던 것처럼 맘 편히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고경표의 첫 단독 주연작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저로 인해 사람들이 힘을 낼 수도, 힘이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현장에 더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그 책임감이 저를 실제로 강수처럼 오지랖이 넓어지도록 만들기도 했어요. (웃음)"
그는 그러면서 "제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여서 도전의식에 불타기도 했고, 또 오랜만에 제 또래들과 연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동료 배우들이 오히려 제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고 말했다.
강수 캐릭터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혈기왕성하고 '돌아이' 같은 기질을 가진 청년이지만 친구들과 사업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으니 '흙수저'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저도 어릴 때 일찍 독립했는데 돈이 없어서 물만 끓여 마신 적도 있고, 고시원에서 계란만 먹으며 지낸 적도 있다"며 "그들이 겪은 고충을 충분히 겪었기에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답했다.
고경표는 '강단'(강수-단아) 커플로 함께 사랑받은 채수빈에 대해서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콩닥할 만큼 예쁘고 성실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우다. 앞으로도 행보에 꾸준히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애정을 표했다.
고경표는 2010년 드라마 '정글피쉬2'로 데뷔해 영화 '무서운이야기2'(2013), '하이힐'(2014), '명량'(2014), '워킹걸'(2015), '차이나타운'(2015), '간신'(2015) 등과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2012), '스탠바이'(2012), '이웃집 꽃미남'(2013), '감자별 2013QR3'(2013~2014), '내일도 칸타빌레'(2014), '응답하라 1988'(2015~2016), '질투의 화신'(2016), '시카고 타자기'(2017) 등에 출연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분명히 있었지만 지나오니 힘들었던 것보다는 좋은 것만 생각이 난다. 좋은 환경 속에서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점에 대해 불안하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저는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만 스물일곱이니 군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고경표는 이에 대해서도 특유의 긍정을 잃지 않았다.
"친구들이 너는 군대 가도 잘할 것 같다고 해요. 남들도 다 가는 거니까 크게 불안한 것도 없어요. 전 분명히 거기서도 밤에 잠을 잘 자고 있을 거예요. 때 되면 잘 다녀오겠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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