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 잇단 반대 의사 표명에 포기 결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오바마케어 폐기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기가 또다시 무산됐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은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줄 알면서 투표를 왜 하느냐"며 "(투표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지 모르겠다"며 표결이 무산됐음을 밝혔다.
오바마케어 폐기 시도는 처음부터 실패가 예상됐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속출해 지도부가 표결을 강행했다고 해도 법안 처리가 불발됐을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2명, 민주당 48명 구도여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공화당에서 3명 이상이 반대하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랜드 폴(켄터키), 수전 콜린스(메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의원 등은 이미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 지도부가 앞으로 어떻게 오바마케어 폐기를 재추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미국에서 상원 규정상 법을 개정할 때는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자 공화당은 의회의 단순 과반 동의만 얻으면 되는 특별 예산 절차를 활용해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했다.
따라서 이달 말까지는 단순 과반수(50명)만 찬성해도 법안 처리가 가능했지만 다음달 1일부터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해 6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셸비 의원은 "그러나 건강보험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미국의 건강보험시스템 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주에 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그동안 오바마케어 폐기, 대체입법을 위해 법안 수정을 거듭하며 표결을 추진했지만 당내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 표결할 예정이던 수정안(그레이엄-캐시디 법안)을 마련한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해 내년 중반께 폐기법안 표결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과 함께 법안을 만든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의원은 표결이 무산된 것은 당내 반대여론을 잠재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절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일부 의원들이 있어 이들을 위한 공청회를 해야 했는데 이런 자리를 열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내부에선 오바마케어 폐지 추진을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공화당은 또 다른 핵심 공약인 세제개편안의 조속한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제 세제개편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은 27일 공개된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