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에 대한 공상…소설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입력 2017-09-27 17:20  

책의 미래에 대한 공상…소설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김솔 첫 장편소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012년 등단한 작가 김솔(44)의 첫 장편소설 '너도밤나무 바이러스'는 책에 대한 이야기다. 파피루스와 양피지로 책을 만들던 과거부터 책의 물성이 사라져버린 먼 미래까지 지식과 상상력으로 종단한다.

헌책방이나 도서관·서점 등 책들이 모인 장소에서 책 속에 사는 화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흩어져 있다. 마흔두 꼭지의 짧은 이야기에 여러 화자가 출몰하며 저마다 펼쳐놓는 서사는 '혁명' 이후 책의 미래를 향한다.

'코디스트'로 불리는 혁명가들은 세상의 모든 책을 없애려고 한다. 세상이 타락한 까닭은 지식을 잘못 사용하는 자들이며 그 배후에 엉터리 책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이 존재하는 한 전쟁광이나 사이비 교주는 영원히 돌아온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책의 등장인물이 지니고 있던 모든 권위는 부정되었고 그들을 격려시키던 시공간은 무너져 뒤섞였습니다. 이야기는 무한히 증식하여 어느 곳에서 시작하여도 언제나 같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반달리즘에 가까운 이들의 혁명은 그러나 일부만 성공했다. 누군가는 독서를 멈추고 신을 되살렸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독서에 더욱 집착했다. 후자는 세상의 모든 도서관과 개인 서재를 마음대로 드나들 방법을 궁리했다. 국제표준의 전자코드를 이용해 책을 다시 쓰고 분류하면 된다. 책의 물리적 속성을 뒤엎는 다른 방향의 혁명이다.

물리적 제한은 물론 언어의 장벽마저 사라진 미래의 책은 표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소수언어로 기록된 책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자와 언어와 국경과 인종과 성별과 나이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면, 서구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세계는 비로소 복원력을 회복하여 반대쪽으로 균형을 잡을 것이고, 사악한 자들의 추악한 음모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화자들의 수다스런 이야기들 사이에 작가는 책에 대한 문화사적 지식과 잠언 같은 문장들을 빼곡하게 담았다. "행간을 읽지 않는 독서는 시간 낭비"이며 "여행지에서 홀로 마시는 커피는, 마실 수 있는 책이다." 224쪽. 1만2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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