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도 체육 문화재로 보존해야"
(진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국가대표 선수들의 새 메달 산실 진천선수촌을 둘러본 전 국가대표 올스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에 감탄하고 후배 선수들이 더욱 훈련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 씨는 현재 복싱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최고의 시설을 갖춘 진천선수촌에서 열심히 훈련하면 꼭 금메달이 나올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복싱 파이팅을 외쳤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씨는 "30년 전 이런 훌륭한 시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수영 후배들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한국 수영의 도약을 바랐다.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로 15년을 보냈고, 대표팀 감독으로 2년 전 진천에 들어와 훈련하고 있다"면서 "좋은 시설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덕담했다.
훈련하기에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허재 감독을 만족스럽게 했다.
한국 남자 100m의 자존심 김국영은 "새롭게 단장한 진천에서 100m 9초대 꿈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사격 3연패에 빛나는 '특급 사수' 진종오는 "사격장 시설이 너무나 훌륭해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면서 "선수들을 대표해 최고의 훈련장을 마련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진천선수촌 시설은 크게 실내 시설과 실외 훈련 시설로 나뉜다.
실내 훈련 시설은 필승관(복싱·태권도·유도 등 5개 종목), 개선관(펜싱·체조·레슬링 등 5개 종목), 오륜관(탁구·배드민턴·핸드볼 등 5개 종목), 빙상장, 벨로드롬, 수영센터 등 6개 매머드 건물로 이뤄졌다.
또 실내 테니스장·실내 사격장·실내 양궁장, 농구·배구장, 조정과 카누 실내 훈련장도 있다.
실외 훈련 시설은 제1·2 육상장, 야구·소프트볼장, 실외 테니스장, 실외 양궁장, 하키장, 럭비장, 클레이 사격장, 크로스컨트리 트랙, 다목적 필드 등 10개 시설로 구성됐다.
체육회는 10월 중순부터 태릉선수촌에서 장비 이전을 시작해 11월 30일까지 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51년간의 소임을 다하고 이젠 존치와 철거의 갈림길에 선 태릉선수촌을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체육인도 있었다.
한국 여자유도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미정 용인대 교수는 "태릉선수촌은 대한민국 올림픽 메달의 산실이자 내겐 제2의 고향"이라면서 "태릉선수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에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이어 "태릉선수촌이 없어진다면 내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체육의 역사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문화 유적도 중요하지만, 한국 스포츠 혼이 담긴 태릉선수촌이 대한민국 체육 문화재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9년 세계유산에 오른 조선왕릉의 훼손 능역을 보존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문화재청은 문정왕후가 잠든 태릉과 명종·인순왕후를 합장한 강릉 사이에 자리한 태릉선수촌을 철거할 계획을 세웠다.
체육회는 이에 반발해 근대 문화유산인 태릉선수촌의 문화재 재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