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두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여성이 사랑의 힘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러스트 앤 본'의 원작소설가 크레이그 데이비슨의 자전 에세이.
빈털터리에 무명 소설가였던 저자는 전업 작가가 된 지 4년 만에 파산한다. 출간 계약을 파기당하고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가던 중 우연히 자취방 우편함에 있던 스쿨버스 운전사 모집 광고를 본다.
면접에 합격한 그에게 배정된 노선은 특수아동 6명의 등하교를 돕는 3077번 스쿨버스.
저자는 처음엔 뇌성마비, 자폐증, 취약X증후군 같은 장애 아동들에 낯설어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장애가 아이들을 구성하는 여러 특징 중 하나일 뿐이며 이들도 이성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 등 평범한 10대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은 절망에 빠졌던 저자에게도 다시 힘을 줬던 계기가 됐던 1년간의 스쿨버스 기사 생활을 유쾌하게, 따뜻하게 담았다.
북라이프. 유혜인 옮김. 320쪽. 1만3천800원.
▲ 우연접속자 =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버나드 바이트만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연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분석 심리학자 카를 융의 '동시성'(Synchronicity)과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개념을 바탕으로 우연을 연구한다.
융의 '동시성' 개념은 마음 속 생각과 뚜렷한 연결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외부 사건이 거울처럼 일치해 당사자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풍뎅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유리창에 풍뎅이가 떨어졌다는 식의 일화가 동시성의 사례로 소개된다.
저자는 우연이 단순히 '유사한 사건들의 일어날 법하지 않은 병치'에 그치지 않으며 두 사건은 반드시 유의미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연은 단순히 놀라운 사건의 일치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 내면에 내재한 욕구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유독 우연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을 '코인사이더'(coinsider)라고 부른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을 우연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훨씬 쉽게 마음의 상태와 외부의 사건을 연결하면서 우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황금거북. 40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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