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전 불분명…부처간 협업 않고 정책 파편화
강력한 콘트롤타워 필요…대부처로 통합 내지 소부처 신설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며 10여 년간 100조 원 넘게 쏟아부었으나 국가 비전과 리더십 부재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창용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8일 '고령화 정책 거버넌스 평가' 연구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강력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10여년간 1차와 2차 기본계획을 통해 저출산 해소에 80조2천억원, 고령화에 56조7천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합계출산율은 1.3명 미만이고 65세 이상 노인빈곤율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다.
정부는 2004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했으나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낮춰졌다.
2012년 다시 대통령이 위원장인 조직으로 격상됐지만, 대통령이 회의 주재가 겨우 1∼2회로 관심과 지지가 절대 부족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 진행과 성과를 직접 관리하는 리더십이 없었던 점은 정부 적극성을 저해하는 가장 근본적 문제였다.
예산을 실제 집행하고 관리하는 조직과 제도가 없었던 점도 성과 부진의 한 배경이다. 위원회는 자문기구였다.
복지, 노동, 산업, 보건, 의료 등 부처간 협업이 필수인데도 협업 수준은 매우 미약했다.
조직 구성상 정책 집행을 위한 자원동원 역량이 크지 않고 협업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고령화정책 주무부서이다 보니 사회복지제도와 서비스전달체계 중심으로 운영됐다.
결국 정책은 많이 나왔지만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기만 하고 거시적, 종합적인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령층 노동시장 재진입, 외국인력 활용과 국내 고용창출 등 서로 충돌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 조율되지 않았다.
이는 예산지출 효율성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제 소지를 만들기도 했다.
최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관련 국가 비전과 목표, 정책우선순위가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보편주의 대 선별주의, 시장중심 자유주의 대 정부개입 복지국가, 경쟁 통한 효율 대 연대 통한 사회 통합 등 다양한 가치관 충돌이 예상되는데 정부는 대비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성공사례로 꼽히는 전자정부 정책과 비교하면 조직 구성은 흡사하지만 대통령의 관심, 정책 목표 일관성, 조직과 집행 체계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 정책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결정권과 예산-조직집행권을 갖춘 기획단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사업무를 통합해 대부처로 만들거나 전담 소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2015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1억총활약장관을 임명한 것을 소개했다.
이번 논문은 한국은행이 고령화 관련해 그동안 발표한 보고서 등 15편을 모아 발간한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 책자에 게재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재랑 부원장 등은 책자 맺음말에서 우리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근본적 대책은 출산율 제고라는 관점을 유지하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출산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도록 조세 체계 등을 조정하고 육아와 교육 여건 개선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장려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여성과 장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수학과 과학기술 분야 위주 적극적 이민 유입정책으로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고령화사회에서 통화정책 유효성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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