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리대 안전' 발표에 6개월 소비자 불신 씻길까(종합)

입력 2017-09-28 15:29   수정 2017-09-28 15:30

정부 '생리대 안전' 발표에 6개월 소비자 불신 씻길까(종합)

식약처 "생리대, 하루 7.5개씩 월 7일 평생 써도 안전" 강조

불안감 쉽게 진정 안 될 듯…전문가 "안정 찾아야 할 때"

(오송=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 달 만에 생리대의 유해성 평가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6개월간 지속한 생리대 파문도 전기를 맞게 됐다.

식약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피부 흡수율을 100%로 가정하고, 하루에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촉발했던 여성환경단체가 조직적인 반발을 하는 데다 조사과정에서 불거졌던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큰 탓이다.

전문가들은 생리대 문제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만큼 일단 정부의 발표를 믿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 '100% 피부 흡수' 최악조건 가정…김만구 교수와 다른 분석법

식약처는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와 해외 직구 제품 등 총 666개 생리대를 대상으로 VOCs 10종의 전체 함량을 측정하는 위해평가를 시행했다.

생리대를 초저온으로 동결해 분쇄한 후 고온으로 가열해 생리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물질을 측정하는 것이다.

VOCs는 유기화합물 중 끓는 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휘발성이 있는 물질을 총칭한다. 주유소, 자동차 배기가스,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톨루엔, 벤젠, 자일렌, 에틸렌, 스타이렌 등이 대표적이다. 공기 중에 존재하고 자연적으로 방출되기도 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도 VOCs로 분류된다.

식약처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방출시험과 달리 함량시험으로 분석한 것과 관련, 인체 위해성은 제품에서 검출 가능한 최대치를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리대에 함유된 VOCs 양을 모두 측정해 가장 많이 인체에 노출되는 최악조건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검사법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 등의 검증을 거쳤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생리대의 VOCs 시험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생리대의 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노출량과 인체에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량(독성참고치)를 비교한 '안전역' 개념으로 평가했다. 독성참고치를 전신노출량으로 나눈 값인 안전역이 1 이상이면 안전하다는 뜻이다.


◇ "생리대,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써도 안전"

그 결과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 666개의 안전역은 모두 1 이상을 기록,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제품 종류별로는 일회용 생리대는 성분별로 9~626, 면 생리대는 32~2천35, 팬티라이너는 6~2천546, 공산품 팬티라이너는 17~1만2천854, 유기농을 포함한 해외 직구 일회용 생리대는 16~4천423의 안전역을 나타냈다.

특히 생리대의 VOCs이 피부에 100% 흡수되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생리대를 하루에 7.5개씩 한 달에 7일간(월 52.5개), 팬티라이너는 하루에 3개씩 매일(월 90개) 사용한다는 조건에서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s 종류와 양은 모두 달랐으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VOCs의 경우 생리대의 원료나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 면 생리대, 해외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등 모두 인체 위해성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리대 사용을 우려하기보다는 세균 번식 등을 막기 위해 사용 시 자주 교체하는 등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했다.

기저귀의 경우 시중에 유통된 380개 품목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모두 안전기준에 적합했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위 5개사 10개 기저귀를 우선 검사한 결과에서도 VOCs 검출량이 매우 낮아 위해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소비자 불안 해소될까…"발표 계기로 안정 찾아야" 지적

이날 식약처의 생리대 위해평가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가 생리대 성분을 전수조사하지 않고 VOCs 10종만 조사한 상태에서 '위해 우려가 없다'고 밝힌 것은 성급한 발표"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 역시 "생리 양이나 주기가 변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긴 소비자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며 식약처 발표에 불편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소비자가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리량이나 생리주기의 경우 외부의 다양한 원인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생리대 하나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므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생리대 사태에서 식약처가 보여준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소비자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문제가 지나치게 확산하면서 오히려 불안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발표를 믿고, 이를 계기로 안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집단적인 불안, 스트레스가 생리불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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