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대 라비노위츠 교수, WP 칼럼서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과 북한이 연일 상대방을 향한 위협과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지만 이러한 위협이 어쩌면 서로의 진의를 제대로 이해 못 한 데서 나오는 것이며, 결국 '전략적 오판'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하는 오르 로비노위츠 조교수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전략적 오판으로 가는 4가지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이 '전략적 오판'을 하게 하는 첫 번째는 북한의 수소탄 시험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1일 유엔총회 참석 중 기자들에게 "태평양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비노위츠 조교수의 글에 따르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탄 시험 위협을 가한 사례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있었다.
남아공은 1980년대에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을 추진해 6개의 농축 우라늄 폭탄을 완성하고 수소탄 시험 계획도 세웠지만 1989년 F.W. 데클레르크 대통령 취임 후 핵 프로그램 폐기에 나서면서 이러한 전략은 실행되지 못했다.
비평가들은 남아공의 핵실험이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당시 레이건 미 정권의 적대감만 더 불러일으키고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 분리 정책)에 대한 미·남아공 간 균열도 더 커졌을 것이란 점에서다.
로비노위츠 조교수는 "북한의 계획 역시 미국의 북한 공격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도록 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략적 오판'을 부를 두 번째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수사에서 기인한다.
물론 전임 정권이 북핵을 저지하는 데 실패해 이 '뜨거운 감자'를 트럼프 정부에 떠넘긴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 자체가 또 하나의 심각한 우려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로비노위츠 조교수는 "최근 핵확산 연구는 지도자의 성격과 정체성, 인식, 세계관, 심리적(정신적) 기질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의 도발적, 공격적 언사는 선거 캠페인에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핵 외교 영역에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격추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전략적 오판을 부를 수 있다.
미사일 격추 기술이 쉬운 게 아닌 데다, 지상기반 요격 미사일(GMD), 이지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실전에서 활발히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격추에 실패하면 미국의 지위에 큰 타격을 입게 됨은 물론 안보 약속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비노위츠 조교수는 세계 언론들이 북한의 성명이나 발표 내용에서 '중요한 뉘앙스'를 놓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례로 지난 8월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세계 언론은 북한이 괌 자체에 대한 위협을 가한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로비노위츠 조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의도는 괌 자체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비록 언론에서 이러한 중요한 뉘앙스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정부 관리들이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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