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장악·선거개입·블랙리스트·기무사 해킹 폭로
야권 지자체장 광범위 사찰 정황도…"검찰 수사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28일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을 제시하면서 당시 국가기관이 공영방송과 선거에 개입하거나 야권 인사를 사찰하고 민간인 해킹을 일삼은 정황을 폭로했다.
이날 전격 공개된 5건의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 김성준 씨가 유출한 것들로, 청와대, 국정원, 경찰 등에서 내부자들이 작성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적폐청산위는 이 문건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동향보고서, 정당 동향보고서, 청와대 민정·홍보수석실 자체 보고서 등으로 생산됐으며, 지난 정부의 명백한 적폐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적폐청산위가 공개한 문건의 세부 내용.
◇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문건
2011년 9월 27일에 작성된 'KBS 관련 검토사항'과 2011년 9∼10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KBS, 정부 비판보도' 증가 문건에는 김인규 당시 KBS 사장에 대한 평가와 동향이 담겨있다.
민주당 최고위 도청 의혹사건과 수신료 인상저지 등으로 김 사장의 동력상실과 입지약화가 초래됐고, 김 사장이 노조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시사·교양 PD들을 축으로 좌파세력의 활동이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김 사장에게 인사개혁조치와 내부정비를 요구하거나 김 사장의 교체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靑)이 직접 나서는 것은 신중 접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역할"이라고 쓰며, 실질적인 조치의 이행을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시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적폐청산위는 지적했다.
특히 내부정비 과정에서 김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도청 의혹 사건은 경찰 수사 발표(무혐의 처리)를 통해 부담경감"을 적시했는데, 실제 문서 작성 2개월 뒤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고 적폐청산위는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이 수신료 인상문제·도청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박지원·손학규·천정배·정동영 등 민주당 의원들을 지속 접촉 중이라는 설(說)이 있다는 보고도 함께 담겨있다.
이와 함께 문건 첨부 자료인 '인사개편자료-KBS 내 좌파성향 주요간부'라는 문건에는 KBS 보도본부, 콘텐츠본부 등에 근무 중인 특정 간부들의 이름과 정치성향, 출신지 및 학교 등이 명시돼 있다.
적폐청산위는 "해당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 크고 작은 '선거 개입 정황' 문건
2012년 2월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참고 보고(향군회장 선거건)'와 2011년 12월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에는 재향군인회 선거에 대한 국가보훈처와 기무사의 개입을 지시한 정황이 담겨있다.
문건의 작성 이유로 "향군이 내부분열, 회장선거가 총선 시기와 중복돼 향군의 총선 지원이 저하될 것'"이라고 적은 데 이어 국가보훈처는 향군회장선거 일정 조정을, 기무사는 군 원로들을 통해 비방·과열자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적었다.
총선 개입 정황도 확인된다.
2011년 12월 공직기강비서관실(감찰팀)에서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서를 보면 "VIP(대통령)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 이후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동향파악 및 지역 민원과 애로사항을 취합·청취할 대통령실 내 지원창구를 설치해 총선 전까지 한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혀있다.
전출자 명단에는 박형준 시민사회특보, 정진석 정무수석과 이성권 시민사회비서관, 김희정 대변인, 정문헌 통일비서관, 김연광 정무1비서관, 함영준 문화체육비서관, 이상휘 홍보기획비서관, 김형준 춘추관장, 심학봉 지식경제비서관실 행정관, 김혜준 정무1비서관실 행정관(이상 전직 생략)이 올랐다.
이들에 대한 지원부서로는 ▲ 정무수석실 정무1비서관이나 행정자치비서관실 ▲ 민정수석실 민정1비서관실 ▲ 총무기획관실 인사 또는 행정팀 등 세 가지 안이 제시됐으며, 정무1비서관실과 민정1비서관실은 지역별 담당을 활용해 각종 현안과 민원 등에 관심을 두고, 감찰팀은 대통령실 구성원과 전출자 간 교류실태에 대한 동향파악 지속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MB에 보고' 문건
적폐청산위는 이명박 정부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프링 노트 1권을 근거로 "이명박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노트에는 2009년 2월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안건으로 종교계 좌파 동향이 다뤄졌다고 적시돼 있다.
아울러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을 명예 퇴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그해 2월 20일 좌파문화예술단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다.
적폐청산위는 "이 전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2009년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나왔다"며 "검찰의 강력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야권 지자체장 사찰' 문건
적폐청산위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근거로 이명박 정부가 야권 지자체장을 사찰하고 제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일부 지자체장에 대해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며, 대정부 비난 여론과 국론 분열을 주장한다'고 평가하고, '당정이 적극 견제·차단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사례'라는 제목의 자료가 첨부돼 있는데, 8개 광역시도지사와 23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의 신상 정보를 자세히 조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인 예로 이 자료는 송영길 인천시장에 대해 "대북정책 흔들기를 획책하고, 국책사업 반대활동을 선동하고, 대정부 불만여론 조성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종북 인물을 대거 기용하고, 보수진영 내분을 조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선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좌파 단체를 편향 지원했다"고, 최성 고양시장은 이에 대해 "박원순과 밀착 행보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활동을 주도하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반대해 찬반주민의 갈등 격화를 초래했다"고, 강운태 광주시장에 대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반정부 언행을 노골화했다"고 평가했다.
최문순 강원지사에 대해 "세금급식 등 포퓰리즘을 추진했고, 민노당 관계자 등 종북 인물을 기용했으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문건은 이들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 관계 부처가 내릴 수 있는 각종 불이익과 인센티브를 거론하기도 했다.
적폐청산위는 "마치 사찰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어 이명박 정부가 일부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을 정치적·행정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 '기무사 민간인 해킹 동향' 문건
기무사의 조선대학교 교수 해킹 사건이 언급된 '기무사, 민간인 해킹 관련 동향'이라는 문건을 보면, 기무사 참모장이 군 검찰의 압수수색을 무마시키고, 기무사 전문 수사관들의 해킹은 거의 발각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대 교수 해킹 사건이 수사 대상이 된 것은 기무사 전문 수사관이 아닌 지원부서 요원이 나섰기 때문이라는 언급도 있다.
적폐청산위는 "이명박 정부의 기무사는 해킹부터 재향군인회장 선거 개입 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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