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운전 권리운동 주역 "고국 돌아가 운전하겠다"

입력 2017-09-28 13:59  

사우디 여성운전 권리운동 주역 "고국 돌아가 운전하겠다"

시드니 거주 마날 알샤리프…동영상 올려 9일 구금되기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정말 역사적인 날이다. 짐을 꾸려 고국으로 돌아가 합법적으로 운전하겠다."

6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자동차 운전 권리 운동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마날 알샤리프(38)가 사우디 정부의 전격적인 여성운전 허용 조처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귀국 의사도 밝혔다고 호주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알샤리프는 2011년 페이스북을 통해 '우먼 투 드라이브'(#Women2Drive) 운동을 시작한 주역으로, 현재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 당시 직접 운전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9일간 구금됐고 어쩔 수 없이 호주로 거처를 옮겼다.

알샤리프는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내가 느끼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솔직히 눈물이 났다"며 "(여성 운전을 허용할 것이라는) 소문은 있어왔지만, 전혀 믿지를 않았다.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라고 감격을 표시했다.

이어 "내 차는 아직 그곳에 있다. 나는 차를 포기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보관해 왔다"며 "고국으로 돌아가 합법적으로 운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사우디 정부의 이번 결정에 일등공신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옳지 않다며 1990년 처음 시작된 이 운동에 함께 참여한 모든 사람의 공로라고 자세를 낮췄다.

알샤리프는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여성들의 운전 권리를 금지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사우디에서 여성운전 금지를 규정한 법 조항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슬람 근본주의를 따르는 종교 지도자들의 율법 해석(파트와)에 따라 여성들의 운전은 사실상 원천 봉쇄되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알샤리프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구역 내에서 일하는 동안 운전면허를 얻었고 차도 샀다.

여성의 운전 금지에 불만을 품은 그는 2011년 5월 옆자리에 친구를 태우고 거리로 나와 운전했다. 자신의 운전하는 모습을 찍어 대담하게 유튜브에 올렸고 첫날에만 조회 수가 70만 회 이상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비난과 협박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며칠 후 새벽 2시에 들이닥친 경찰에 연행돼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감옥에 수감됐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행동에 사과하지 않았다.

약 열흘만에 풀려난 알샤리프는 아들(현재 12살)의 양육권을 아이 아빠에게 넘겨준 채 부득이 사우디를 빠져나왔으며 아이 아빠가 아들의 해외 출국을 금지해 사우디에 가야만 아들을 만날 수 있다.

호주에 살면서도 사우디 여성들의 운전 권리 획득을 위해 계속 운동해 왔으며 페이스북 팔로워는 약 7만 명에 이른다. 올해에는 회고록(Daring To Drive)을 펴냈고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알샤리프는 지난 6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공개 태형의 목소리가 컸고 일부에서 사형 주장까지 나왔다며 고국을 떠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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