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12년째 폐품 주워 이웃 도운 '기부 소방관'

입력 2017-10-01 08:00  

[사람들] 12년째 폐품 주워 이웃 도운 '기부 소방관'

나주소방서 최복동 소방장, 휴일마다 폐품 모아 이웃사랑 실천

추석 맞아 장애인시설 먹거리 전달…연말께 누적 기부금 1억원 예상

(나주·담양=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1년에 수십억씩 기부하거나 전 재산을 내놓는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땀 흘려서 기부하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거죠."


전남 나주소방서 봉황119지역대 최복동(54) 소방장은 주변인들 사이에서 '폐지 줍는 소방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휴일마다 폐품을 수집해 판 수익금으로 12년째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2인 1조로 고된 야간근무를 마친 최 소방장의 발걸음은 퇴근 후에도 바쁘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근무를 마친 후에도 그는 여전히 분주했다.

제복을 벗고 허름한 작업복과 목수건을 두른 최 소방장은 "담양에서 비료 포대와 고철을 많이 모아놨다고 해 퇴근 후 곧장 가는 길"이라며 활짝 웃었다.

최 소방장의 오랜 선행이 알려지면서 폐품을 모아놓고 가져가라고 전화로 알려주는 이웃 상인들도 제법 늘었다.

이날은 담양에서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영농조합법인 대표 조영섭(57)씨가 최 소방장에게 연락을 해왔다.

초가을 쨍쨍한 햇빛 아래 쌓여 있는 공장 폐품 사이에서 고약한 냄새가 제법 올라왔지만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종이포대·플라스틱·고철을 트럭에 가득 싣는 최 소방장의 표정은 환하기만 했다.

최 소방장은 1997년 소방관으로 입문한 뒤 주로 농촌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주변에 홀몸노인과 조손가정,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다.


도움을 줄 방법을 찾던 최 소방장은 2006년부터 휴식 시간에 빈 병이나 폐지를 주워 팔기 시작했다.

폐지 1kg당 80원, 고철도 130∼140원에 불과해 온종일 일해도 몇천 원 남짓한 돈을 손에 쥘 뿐이지만 폐품을 모은 첫해에 지역 내 장애인시설에 처음으로 먹거리를 기부했다.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서 최 소방장의 활동을 도와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었고, 출퇴근용으로 타던 카니발 승합차에 더는 실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폐품이 쌓이기도 했다.

이후 중고 트럭을 샀고 근무지와 가까운 나주 남평읍의 한 마을에 공터가 넓은 집을 한 채 빌려, 해마다 500만 원어치에 달하는 폐품을 팔아 기부 활동을 해왔다.

올 연말이면 폐품 판매 기부액이 1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최 소방장은 다가오는 추석에 나주의 한 장애인시설에 김 20상자를 전달하고, 연말에는 1년간 폐품을 판 돈을 털어 지역사회에 쌀을 기부할 계획이다.

최 소방장은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워서 힘들긴 했지만 하다 보면 잡생각도 들지 않고 좋은 점이 훨씬 많다"며 "아내도 처음에는 건강을 염려하며 월급 일부를 기부하라고 권유했지만 지금은 내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저분한 폐품이지만 물품이 쌓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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