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취임 100일 맞은 김현미 국토장관(종합)

입력 2017-09-28 18:56   수정 2017-09-28 18:57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취임 100일 맞은 김현미 국토장관(종합)

(세종·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연정 기자 = "주택 시장의 국지적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안정을 위한 주춧돌 정도는 놓지 않았나 싶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그의 100일은 '집값 잡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월 23일 취임식 때부터 "집값 급등은 다주택자의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투기세력에 선전포고를 했다.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시를 규제 종합세트라고 불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최근 과열 양상이 진정되지 않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달 5일에는 분당과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부산 전역과 경기도 일부를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묶는 등 집값 불안 재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음을 보냈다.

상반기까지 들썩이던 부동산 시장 과열은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과열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3주 연속 확대됐지만, 전체적으로 불안 조짐은 없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 장관은 언제든 더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김 장관의 다음 타깃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친 전·월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주택 임대차 시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5년 주거복지 계획이 담긴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에서 고가 전·월세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전·월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통계도 없다는 게 김 장관의 고민거리였다.

그는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관련 통계망을 자체 구축해보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통계를 모은 통합 전산망을 만들면 민간 임대의 4분의 3 정도는 실태 파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을 등록하도록 압박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타개해보겠다는 의지다.

김 장관이 그간 보여준 거침없는 행보에 다소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다주택자라고 정의한 부분에 대해서다. 일시적 2주택자나 은퇴 후 임대를 통해 소득을 올리려는 2주택 보유자 등도 일률적으로 규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김장관은 "2주택자도 월세 수입을 받는다면 다른 다주택자와 다르게 볼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2주택자가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2주택자를 대상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는 또 다른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 정책이 지나치게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에 집중되다 보니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김 장관은 "최근 청약시장에서 1순위에 인파가 몰려 조기 마감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는데, 그만큼 무주택자 등 주택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니냐"며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장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좀 더 주택시장과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집값 불안의 진앙이었던 갭투자를 어느 정도 차단한 측면에서 8·2 대책 등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도 투자보다는 정주성을 강조한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모든 걸 다 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주택자를 경원시하기보다는 이들을 시장에 끌어들여서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게 하는 등 제도권 내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소 부동산 정책이 급하게 발표된 경향이 있다"며 "거시경제와 서민경제가 중요한데 집값을 잡겠다는 하나의 목표에만 열중하면 서민이 더 힘들어질 수 있으니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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