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 "정권교체 위해 이름 버리고 열매 취하겠다"…사실상 해체수순
자유당·일본유신회도 '반아베 연대'에 합류할듯…日 야권 '지각변동'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이 다음달 열릴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신당인 '희망의 당'에 합류하기로 28일 결정했다.
이로써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반(反)아베 연대가 결성돼 이번 총선은 '아베 대 반아베'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민진당은 이날 집행부 회의와 참의원·중의원 의원 총회를 열고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제안한 희망의 당으로의 합류를 승인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 등의 후보 공인(公認)을 취소하고 희망자에 대해선 고이케 지사의 신당에 후보 공인을 신청하는 걸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진당의 비례대표 명부를 별도로 만들지 않을 방침이라며 "희망의 당과 함께 이번 선거전에서 싸우겠다. 이름을 버리고 열매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정권 교체를 하고 싶다"며 아베 1강(强)에 대한 대항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후보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당으로부터 공인을 받아 입후보할 수 있다.
희망의 당으로부터 후보 공인을 받은 의원들은 민진당을 탈당한 뒤 신당에 참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에하라 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희망의 당의 공인 후보로 나올지 선거 공시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진당이 사실상 백기를 들고 희망의 당으로 흡수되겠다고 나선 셈이지만, 희망의 당측은 선별해 후보 공인을 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전날 밤 방송에 출연, 마에하라 대표의 방안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겠다"고 선별 의사를 밝히면서 신당 참여 조건은 "기본적으로는 헌법(개헌)에 대한 대응이지만 안보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희망의 당은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고 집단적자위권법(안보관련법)을 용인하겠다는 우익 성향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며 강령에도 '관용적인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희망의 당의 선별 과정에서 공산당 쪽과 가까운 진보적인 인사들은 공인을 받지 못하고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아베 연대에는 그동안 야권 연대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승부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의 자유당도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 역시 이 당의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대표가 "신당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닮아 있다. 연대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희망의 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희망의 당의 세 불리기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직접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 의원이어야 총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경우 희망의 당은 고이케 지사가 아닌 다른 총리 후보를 유권자들 앞에 내세워야 한다.
반면 공산당은 희망의 당 중심의 야권 연대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을 밝히며 다른 진보계열 정당 사민당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반아베 세력의 결집이 진행되자 여권에서는 위기감이 부각되고 있다. 마침 전날과 이날 나온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의 여론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투표 의향 항목에서는 희망의 당의 추격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 의원 총회에 참석해 반아베 연대 움직임에 대해 "선거를 위해 간판을 바꾸는 정당에 일본의 안전과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깎아내렸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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