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기저귀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생리대에 들어있는 주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최대 검출량 기준으로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14년 이후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된 생리대, 팬티라이너 666개 품목과 기저귀 10개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전수조사 결과다. 전수조사 대상은 에틸벤젠, 클로로포름 등 VOCs 10종으로 생식독성과 발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합물이라고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양(전신 노출량)과 인체에 독성으로 나타나지 않는 최대량(독성참고치)을 비교하는 '안전역'에서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1'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일회용 생리대는 6∼629, 면 생리대는 32∼2천35, 팬티라이너는 6∼2천546이었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에서 빠진 VOCs 74종의 인체 유해성을 추가로 평가한 결과를 올해 연말까지 공개하고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내년 5월까지 검사하기로 했다.
'유해 생리대 파동'은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에 의뢰해 국내 상위 4개사의 11개 생리대 제품 성분을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VOCs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큰 사회적 반향은 없었다. 하지만 김 교수가 8월 초 VOCs가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뒤 온라인상에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례가 속속 올라오면서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식약처가 같은 달 24일 깨끗한 나라 등 5개 생리대 제조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깨끗한 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중단과 환불을 결정했다.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성분검사가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던 식약처가 9월 초 이 단체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해온 10개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해 비판받기도 했다.
국내 5개 생리대 제조사들은 식약처 발표를 반기면서도 생리대 파동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 회사는 공동 입장문에서 "생리대와 기저귀의 안전성을 관리해왔지만 논란이 된 VOCs의 경우 기준이 명확지 않아 우려를 낳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안전성과 관계없이 혼란과 우려가 증폭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생리대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소비자들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반응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2차 전수조사와 역학조사까지 끝나더라도 이런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1차 조사대상이 VOCs 10종이라고 하지만 생식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들이어서 2차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할 것 같다. 결국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렸던 '유해 생리대 파동'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허탈한 결말에 비해 생리대 파동 과정에서 치른 대가와 부작용은 너무 컸다. 릴리안 생산업체인 깨끗한 나라는 유해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로 지목돼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소비자들은 공포에 떨었다. 식약처가 인체 유해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VOCs가 검출된 제품명을 모두 공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지난 3월 여성환경연합의 시험 결과를 받는 즉시 인체 유해성 검증을 시작했더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식약처의 태만하고 경솔한 대응으로 겪지 않아도 될 혼란을 겪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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