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끌고 경쟁하고…부부·혈연으로 얽힌 '충무로 패밀리'

입력 2017-10-09 09:00   수정 2017-10-09 10:31

밀고 끌고 경쟁하고…부부·혈연으로 얽힌 '충무로 패밀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남한산성'은 부녀의 합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원작 소설을 쓴 김훈 작가의 딸이다.

김 대표가 6년 전 '남한산성'의 판권을 사들였고, 황동혁 감독과 손잡고 영화를 완성했다.

김 대표는 "영화 제작 과정은 여타 작가로부터 판권을 사서 진행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아버지는 영화 제작에 일절 개입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 아버지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이라면서 "그래도 '남한산성'을 보신 뒤 '잘 완성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됐다"며 웃었다.






10월 12일 개봉하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희생부활자'는 남매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곽 감독의 여동생이다. 곽 대표가 원작 소설 판권을 샀고, 영화 소재를 찾던 곽 감독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다.

곽 감독은 "여동생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모든 감독이 좋아하다가 중간에 포기한 작품이 있는데 한번 읽어 보겠느냐고 하더라. 죽은 자가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다는 참신한 소재에 끌렸다"면서 "원작에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각본을 썼다"고 말했다.

11월에는 '해피엔드',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 '침묵'이 곽객들과만난다.

정지우 감독과 곽경택 감독은 처남과 매제 사이다. 바른손이앤에이의 곽 대표가 정 감독의 아내다.

가족이 만든 영화가 3주 정도 차이를 두고 차례로 개봉하며 경쟁하게 됐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한 뒤 자신의 딸이 용의자로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사건을 쫓는 임태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버닝'은 이 감독의 동생인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가 제작한다. 두 형제는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시(詩)' 등을 함께 만들며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형(이창동)에 대해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존경하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영화계에는 부부 혹은 혈연으로 얽힌 영화인들이 여럿 있다.






최근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으로 데뷔한 문소리와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은 부부다.

장 감독은 아내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주인공 문소리의 남편 역으로 깜짝 출연했다. 이에 화답해 문소리는 12월 개봉 예정인 장 감독의 신작 '1987'에서 대규모 시위 장면에 합류했다. 또 운동권 역 보조출연자들의 연기 지도를 맡기도 했다.

올여름 화제작인 영화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과 아내인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도 영화인 가족이다. '아가씨'의 제작사 오퍼스픽쳐스의 이태헌 대표와는 매제지간이다. 박 감독은 동생 박찬경 감독과도 단편영화 '파란만장'을 찍는 등 영화 작업을 함께 해왔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홍지영 감독은 위안부 소재 영화 '허스토리'를 촬영 중인 민규동 감독과 부부다. 또 민 감독의 동생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제작사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다.

최근 흥행몰이 중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공동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빅매치' '고고70'을 제작한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와 자매지간이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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