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세계산악영화제 찾은 릭 리지웨이 "반대"…라인홀트 메스너 "관광용 필요"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세계적인 산악인은 케이블카 건설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인 산악인이 1천m 이상 고봉으로 둘러싸인 울산시 울주군 영남알프스에 발걸음을 했다. 이들은 특히 울주군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케이블카 건설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7일 울주군에 따르면 이들 산악인은 케이블카에 대한 시각이 각각 달랐다고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유일 국제산악영화제로 열린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찾은 미국의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 68).
그는 영화제 측이 올해 처음 제정한 '세계산악문화상'(Ulju Mountain Culture Awards·UMCA) 첫 수상자로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K2를 1978년 미국인 최초로 무산소 등정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이었다.
또 1985년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에 원정대와 함께 오른 뒤 '세븐 서밋'이라는 책을 냈는데,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꿈은 없다'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산악·탐험 다큐멘터리를 직접 감독·제작한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리지웨이는 아마존과 남극 등 오지를 탐험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든 제작자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고, 작품들은 'TV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그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울주군의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케이블카는 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지웨이는 "케이블카는 더 많은 사람을 (산에) 오게 하고, 즐기려던 산을 파괴할 것"이라며 "산책로나 등반길 등은 사람이 두 발로 직접 찾아가야 하고, 산은 최대한 야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야생이 주는 마법을 느끼고 자연이 주는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며 "케이블카 타고 전망대 가서 커피 한잔 하고 내려오는 것은 자연의 마법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측 초청으로 방문한 '살아있는 산악인의 전설' 이탈리아 라인홀트 메스너(72·Reinhold Messner)는 리지웨이와는 의견이 달랐다.
메스너는 "등반과 관광은 구분 지어야 하고, 케이블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10월 1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케이블카 관광은 알피니즘(등반)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것이지 알피니스트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광을 위해 산을 개발한다면 산의 작은 부분만 활용해야 한다"며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메스너는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과 낭가 파르바트 단독 등정에 이어 1986년 로체까지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무산소 완등의 신화를 쓴 산악인이다.
메스너가 무산소 등정을 고수하는 건 'By Fair Means(정당한 방법으로)'가 원칙으로, 누가 먼저 오르느냐보다 어떻게 오르느냐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았고, 수많은 장비와 도움에 의존해 산을 오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메스너 산악재단을 설립해 세계 각지의 산악인들을 지원하고,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6개의 메스너 산악박물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