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어 시총 1,2위 잇단 이전…"시장 정체성 확립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마저 29일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을 결정함에 따라 코스닥이 메가톤급 충격을 받게 됐다. 물론 과거에도 네이버[035420](옛 NHN)와 같은 대장주의 이전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035720]가 이미 지난 7월 코스피로 이전한 상황에서 대장주마저 떠나게 돼 코스닥은 시총 1, 2위로부터 연달아 버림받는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게다가 코스닥의 새로운 주력 부문으로 바이오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과거 정보기술(IT)에 이어 바이오 산업마저 다시 코스피에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이 영원한 '2부리그'로 남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코스피에 밀린 코스닥의 반복된 흑역사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수는 총 46개에 달한다.
셀트리온까지 포함하면 47개다.
예를 들면 현대중공업(1999.8.24), 강원랜드(2003.9.4), 기업은행(2003.12.24), 아시아나항공(2008.3.28), LG텔레콤(2008.4.21), NHN(2008.11.28), 하나투어(2011.11.1), 카카오(2017.7.10) 같은 쟁쟁한 기업들이 코스닥을 버렸다.
코스닥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만하면 코스피로 옮기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처럼 우량 기업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코스닥은 코스피에 못 가는 기업들이 모인 '2부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커졌다.
1999년 전후 벤처 붐 때 IT 업체들을 끌어모으면서 활력에 넘치던 코스닥 시장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올해만 해도 IT 기술주가 시장의 조명을 받았지만 코스피 시장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28일 현재 2,373.14로 작년 말보다 17.13% 올랐지만 코스닥은 648.09로 같은 기간 2.63% 오르는 데 그쳤다.
◇ 코스닥 과거의 영광 되찾을 수 없나
2000년 한때 코스닥은 IT 벤처 붐에 힘입어 지수가 2,834선까지 오를 정도로 활황장세를 구가했다.
물론 거품이 잔뜩 낀 지수였지만 어찌 보면 영광스러운 때였다.
코스닥은 거품을 빼고서 다시 도약을 노려왔다.
특히 바이오가 기대주였다.
현재 시총 상위 5위권 안에는 CJ E&M을 빼고 나머지 4종목(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신라젠[215600], 메디톡스[086900])이 모두 바이오주일 만큼 바이오 기업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셀트리온마저 이전 상장을 결정하면서 바이오마저 코스피에 밀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작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한국 증시의 바이오 대장주는 이미 코스피에 놓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우량 종목의 코스닥 이탈을 막으려고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주를 합친 새 통합지수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운수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벌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간 충돌을 없애고 시장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미국을 빼고는 대부분 나라의 주식시장이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돼 있다"며 "나스닥처럼 독립되고 경쟁력 있는 주식시장이 어렵다면 코스닥을 2부 시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은 1999년 증권업협회가 IT기술주 중심의 한국판 나스닥 시장을 추구하면서 만든 시장이지만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으로, 현재는 코스피 시장이 속해있는 한국거래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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