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어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이 50만명을 넘어서고 끔찍한 '인종청소' 증언들이 잇따르는데도 미얀마 정부가 '마이웨이'를 고집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한을 넘긴 만큼 인종청소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로힝야족 사태를 다룬 유엔 안보리 첫 공개 회의에서 "안보리가 호의적이고 외교적인 말을 하는 때는 지났다. 시민을 학대하고 증오를 부추기는데 연루된 미얀마군에 대한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미얀마군은 인권과 기본권을 존중해야 한다. 인권을 유린한 자는 즉시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며 잘못된 행위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얀마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는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질 때까지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그동안 로힝야 유혈사태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가장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사실상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와 무기수출 금지를 촉구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미국 의원들의 요구와 맞물려 미국의 대9對) 미얀마 제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공화·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21명은 같은 날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인종청소' 사태에 책임 있는 미얀마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군사위원장과 벤 카딘(민주·메릴랜드) 외교위 간사를 비롯한 21명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크 그린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얀마군의 반군 소탕 작전이 '엄청나게 부적절했다'고 비판했고, '대량학살'(제노사이드)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외국에서 벌어진 법외 살인과 고문 그리고 인권 침해 가해자에게 대통령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미국법과 국제법에 따라 라카인주 사태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장기간의 군사독재를 이유로 과거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과거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던 아웅산 수치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이 예상되자,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지난달 25일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이 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5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들이 민간인을 죽이고 불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다.
또 실권자인 수치는 인종청소 주장이 조작된 정보에 기반을 둔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고, 유엔 총회 참석을 초기한 채 한 국정연설에서도 미얀마 정부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군에 의한 학살과 인종청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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