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사 당일 지리산 또 이탈…"곰의 위치 매일 점검"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지난 달 5일 지리산에 재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이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서 쉽지 않은 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KM-53은 현재 지리산 국립공원에 머물고 있다. 5일로 지리산에 재방사 된 지 꼭 한 달째를 맞는다. KM-53은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으로 반달가슴곰을 관찰하고 있지 않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곰의 주식인 도토리가 풍성한 철인 만큼 먹이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종복원기술원은 전했다.
실제로 종복원기술원은 KM-53의 귀에 부착한 발신기로 매일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전날 곰의 마지막 위치를 중심으로 인근까지 다가가 당일의 위치를 기록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곰과는 일절 접촉하지 않는다.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현재 곰이 먹이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 "아직은 국립공원 지역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M-53이 지리산 적응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두 차례 지리산을 박차고 나갔다가 포획됐던 KM-53은 재방사된 지난달 5일에도 지리산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당시 KM-53은 경남 산청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이틀가량이 지난 뒤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재방사 지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가 채 안 되는 거리를 이동했다.
KM-53은 자신이 두 번째로 수도산을 갔던 그 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 이동 기간 많은 비가 내려 자신의 종전 이동흔적이 사라진 탓에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복귀한 것으로 종복원기술원은 추정하고 있다.
송 원장은 "곰은 여러 감각 중 후각이 가장 발달했는데 당시 내린 비로 행로를 잃었을 것"이라며 "이미 무사히 지나간 길이지만 그사이 올무 등이 설치됐을 수 있어 곰의 이동에 주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포획한 후 방사했을 당시에는 일주일 정도 지리산에 머물다가 수도산으로 갔다"면서 "이번에는 곧장 집을 나간 만큼 언제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어 계속해서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 KM-53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으나, 지난해 9월 발신기에 이상이 생겨 위치 파악이 되지 않다가 올해 6월 15일 서식지에서 90㎞나 떨어진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이에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KM-53을 곧바로 지리산으로 데려와 자연적응 훈련 등을 시키고 8월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다. 하지만 이 반달가슴곰은 일주일 후 경남 함양·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그동안 반달가슴곰들이 보호구역으로부터 10㎞ 안팎을 나다닌 경우는 있지만 KM-53처럼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 같은 곳을 찾아간 적은 없었다.
이에 따라 KM-53이 수도산을 자신의 주 서식지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잇따라 나왔다.
송 원장은 "곰이 처음 지리산을 떠났다가 잡히기까지 어디에서 동면했는지 알 수 없어 수도산을 주 서식지로 볼 수는 없다"면서 "지난달 재방사 할 때도 이 점을 고려해 그동안 가장 긴 기간 살았던 지리산에 풀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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