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에 대해 월 스트리트의 금융계가 반가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28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금융계는 세제개혁안에 다소 불리한 측면도 포함돼 있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겠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유리한 측면이다.
모건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업계 회의에서 현행 35%인 법인세율이 25%로 인하되면 순익이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세율이 20%로 확정된다면 수익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씨티그룹의 자체 추산에서도 25%의 세율, 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가 적용되면 이 은행의 연간 순익은8억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샌퍼드 번스타인 증권에 따르면 주당순이익(EPS)도 1%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로 경제성장률이 제고된다면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기업대출의 둔화 추세도 반전시킬 수 있다.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고객들이 개혁안의 골자를 확인하기 위해 대출을 망설이고 있던 것이 기업 대출이 부진한 요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실효세율이 적용되고 사업의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 치우쳐 있는 만큼 세제개혁을 통해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들은 소형 은행들에 대한 법인세가 35%에서 28%로 낮아지면 지방 은행들의 2018년 순익은 9%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소득에 대한 공제 혜택을 그대로 두고 있다. 공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됐다면 주택 시장에 충격을 가했을 것이다.
세제개혁안은 자본 소득과 배당금 등 투자소득에 매기는 세금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많은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낸다면 증시의 랠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업계로서도 불리한 것은 아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다수의 은행이 안고 있는 이연법인세자산의 감가상각이 불가피한 데서 보듯 세제개혁안은 몇가지 불리한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경우, 2분기말 현재 이연법인세자산이 460억 달러에 이른다. 세제개혁안에서 밝힌대로 법인세율이 20%로 인하되고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게 된다면 이 자산의 가치 평가는 150억 달러나 줄어들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2016년말 현재 192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미국에서만 적용돼 재평가가 필요한 것은 70억달러 정도다. 법인세율이 20%로 낮아지면 감가상각을 통해 그 가치가 30억 달러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가 순익을 높여줘 결국은 1~2년 안에 감가상각에 의한 손실을 보충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순이자비용에 대한 공제를 부분적으로 제한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금융계가 예의 주시하는 관심사다. 행정부측은 세제개혁안에서 부분적 제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부분적 제한이라는 말이 금융기관은 제외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들은 상당한 세금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기업들에도 회사채 발행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못하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의 자본 조달에 자문하는 업체인 EA 마켓의 루벤 대니얼스 파트너는 이자비용에 대한 공제 제한은 기업금융의 기반에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논평했다.
채권금융에 크게 의존하는 사모펀드 업계에도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가 1980년대에 차입매수(LBO)를 통한 기업사냥에 나선 배경에는 공제 대상에 이자비용은 포함되고 배당금 지급은 제외한 세제 혜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자비용에 대한 공제 혜택은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수 확대도 뒷받침했다. 애플은 최근 수년간 근 1천어 달러를 차입해 그 대부분을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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